"네가 어떻게 거기에"…b 센타우리 도는 목성 11배 행성 관측

입력 2021-12-09 10:36
"네가 어떻게 거기에"…b 센타우리 도는 목성 11배 행성 관측

가장 큰 외계행성·행성 가진 최대 질량 항성 등 기록 '풍성'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별(항성)이 너무 크고 뜨거우면 주변에 행성을 만들 수 없는데, 당연히 없을 줄 알았던 곳에서 거대 행성이 발견돼 학계에 보고됐다.

유럽남방천문대(ESO)에 따르면 스톡홀름대학 천문학 교수 마르쿠스 얀슨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에서 약 325광년 떨어진 센타우루스자리의 쌍성계 'b 센타우리'(HIP 71865)에서 두 별을 도는 가스형 행성을 발견한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밤 하늘에서 맨눈으로도 볼 수 있는 b 센타우리 두 별의 질량이 태양의 6∼10배에 달한다. 이는 지금까지 외계 행성이 발견된 항성 중에서는 질량이 가장 큰 것으로 기록됐다.

별은 질량이 크면 그만큼 더 뜨겁고 엄청난 자외선과 X선을 방사해 행성을 형성할 수 있는 가스 물질을 모두 날려버린다. 이 때문에 태양 질량의 3배가 넘는 별에서는 행성이 극히 드물거나 아예 발견되지 않아왔다.

얀슨 박사는 "(b 센타우리의 주성(主星)과 같은) B형 항성은 일반적으로 매우 파괴적이고 위험한 환경을 가져 주변에 대형 행성을 형성하는 것이 극도로 어려운 것으로 여겨져 왔다"면서 "b 센타우리 주변에서 행성을 발견한 것은 행성을 갖는 별의 질량에 관한 그림을 완전히 바꿔놓는 것이어서 매우 흥미롭다"고 했다.

b 센타우리에서 발견된 행성(b 센타우리 b) 역시 항성만큼 독특하다.

질량이 목성의 11배에 달해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 중에서는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다.

또 태양~목성 거리의 100배에 달하는 거리를 두고 b 센타우리를 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만큼 별에서 멀리 있었기 때문에 행성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얀슨 박사팀은 ESO의 초거대망원경(VLT)에 장착된 분광·편광 특수카메라 '스피어'(SPHERE)를 이용해 b 센타우리와 행성의 이미지를 포착했다. 스피어는 태양과 비슷한 행성을 도는 외계행성의 이미지를 처음으로 잡아내는 등 이전에도 다른 외계행성의 직접 이미지를 포착해 왔다.

그러나 b 센타우리 b 이미지가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b 센타우리 항성계 관측 자료를 추가로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이미 20여년 전에 ESO의 구경 3.6m 망원경에 행성의 이미지가 포착된 것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이것이 외계행성인지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2020년대 말에 극대망원경(ELT)이 가동되고, VLT 성능이 개량되면 b 센타우리 b 행성의 형성과 특성에 관해 더 많은 것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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