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메르켈" 독일 16년만의 정권교체…사민당 숄츠총리 취임(종합2보)

입력 2021-12-09 07:13
"굿바이 메르켈" 독일 16년만의 정권교체…사민당 숄츠총리 취임(종합2보)

연방하원 736명 중 395명 찬성…메르켈 전 총리도 박수

메르켈 "총리실을 차지하고, 최선을 다해달라. 행운을 빈다"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중도 우파 성향의 기독민주당(CDU)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뒤를 이어 16년 만에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 올라프 숄츠 총리가 새로운 독일 연립정부를 이끌 수장으로 취임했다.

독일 연방하원은 8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고 올라프 숄츠 사민당 총리 후보를 9대 총리로 선출했다.



그는 재적 의원 736명 중 707명이 참여한 표결에서 395명의 찬성표를 얻어 총리로 선출됐다. 그가 이끄는 '신호등(사민당-빨강·자유민주당-노랑·녹색당-초록) 연립정부' 소속 정당에 소속된 의원은 416명이다. 같은 연정 소속 정당에서 21명은 표를 주지 않았다.

배르벨 바스 연방 하원의장이 표결 결과를 공표하자 의원들은 큰 박수로 새 총리를 맞이했다. 메르켈 전 총리도 손뼉을 쳤다.

숄츠 총리는 '표결 결과를 받아들이겠느냐'는 바스 의장의 질의에 "네"라고 답했다.

숄츠 총리는 이후 대통령궁으로 이동해 오전 10시 54분께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을 받은 후 연방의회로 돌아가 취임 선서를 했다. 임기는 대통령에게 임명을 받은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는 이날 취임 선서에서 헌법에 명시된 대로 "내 전력을 독일 민족의 안녕에 바치고, 의무를 양심적으로 이행하고 모든 이들을 공정하게 대할 것을 맹세한다"고 밝혔다.

숄츠 총리는 다만, "하느님께 맹세코"라는 마지막 문장은 빼놨다. 이는 본인의 선택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데, 그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에 이어 이 문장을 놓은 2번째 총리가 된다. 기민당 소속인 메르켈 전 총리는 4차례 모두 이를 포함했었다



독일 연방하원 선거 이후 73일 만에 취임한 숄츠 총리는 이로써 빌리 브란트와 헬무트 슈미트,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이후 네 번째 사민당 소속 총리가 됐다.

메르켈 전 총리는 이날 연방의회 방문자석에서 숄츠 총리의 선출 과정을 지켜봤다. 더는 연방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본회의장 출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날 개회와 함께 소개된 메르켈 총리에게 연방하원 의원들은 기립해 긴 박수를 보냈다.

이로써 메르켈 전 총리는 2005년부터 16년, 5천860일간의 재임을 마쳤다. 메르켈 총리는 역시 16년 재임한 헬무트 콜 전 총리가 1982∼1998년 세운 역대 최장 재임 기록(5천870일)은 경신하지 못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이날 숄츠 총리의 취임 이후 총리실에서 이뤄진 이임식에서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직접 경험해봐서 총리직에 선출된 이 순간이 아주 감동적인 순간이라는 것을 안다. 기쁘게 임한다면, 이 나라를 위해 책임을 지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리실을 차지하고, 우리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면서 "그게 내 소망이다. 행운을 빈다"고 밝혔다.

숄츠 총리는 "지난 16년간의 노고에 매우 고맙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 대단한 시절이었다"면서 "북동독의 정신을 이어가겠다. 많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숄츠 총리의 취임과 함께 17명으로 구성된 독일 내각도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고 본격 출범했다.

숄츠 총리는 독일 역사상 처음으로 내무장관과 외무장관에 여성을 내정했고, 국방장관도 여성에게 맡겨 자신을 제외하고, 여성 8명, 남성 8명의 남녀 동수 내각을 구성했다.

신호등 내각의 가장 급선무는 역대 최대로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확산 대응이 될 전망이다. 신호등 연정은 총리실에 코로나19 위기관리위원회를 설치, 감염병 퇴치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 집계에 따르면 독일의 전날 코로나19 사망자는 527명에 달했다. 하루 사망자가 500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 2월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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