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법원, 나집 전총리 부패스캔들 항소 기각…"국가 망신"
IMDB 자회사 관련 7개 혐의 징역 12년 유지…법정구속 안 시켜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말레이시아 항소법원이 나집 라작(68) 말레이시아 전 총리가 '1MDB 부패 스캔들'과 관련해 제기한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2년형을 유지했다.
8일 말레이메일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항소법원은 이날 화상으로 개최한 나집 전 총리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2년형과 벌금 2억1천만 링깃(585억원)을 선고한 원심이 적합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나집 전 총리가 국영투자기업 1MDB의 자회사인 SRC인터내셔널 자금을 빼돌린 사건과 관련, 1건의 직권남용 혐의와 3건의 배임 혐의, 3건의 돈세탁 혐의 등 7개 혐의 모두 유죄 판결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보면, 나집 전 총리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SRC가 거액을 대출받도록 정부 보증을 승인하고, 중개업체를 통해 자신의 은행 계좌로 4천200만 링깃(117억원)의 수수료를 송금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판사는 200쪽에 달하는 판결문을 낭독하며 "나집 전 총리가 개인 계좌에 입금된 돈이 불법 자금을 알고 있었음이 분명하다"며 "이는 국익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 국가적 망신"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나집 전 총리가 불구속 상태로 대법원 상고심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정 구속을 하지 않았다.
나집 전 총리는 선고 공판 후 화상 기자회견에서 "나는 누구에게도 4천200만 링깃을 내 계좌에 이체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알라(이슬람 신)의 이름을 걸고 정말 몰랐다"며 "국가적 망신이라 표현한 재판부에 실망했다"고 맞받아쳤다.
나집 전 총리는 2009년부터 총리직을 수행하다 2018년 5월 총선에 패배해 자리에서 물러난 뒤 부패 스캔들로 수사받았다.
'1MDB'는 나집 전 총리가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2009년 설립한 국영 투자기업으로, 이 회사와 관련해 나집과 측근들이 총 45억 달러(5조2천억원)를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용된 자금 45억 달러 가운데 7억 달러(8천여억원) 이상이 나집 전 총리의 계좌로 들어간 것으로 수사팀은 밝혔다.
나집 전 총리는 총 42개 혐의와 관련해 5건의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날은 SRC인터내셔널과 관련한 7개 혐의 항소심 판결만 받았다.
그는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으며, 의회에 출석해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물론 재판부 허가를 받아 최근에는 싱가포르에 있는 딸의 출산을 축하하러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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