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계올림픽 대비 손님맞이 속도…"스포츠와 정치는 달라"

입력 2021-12-06 11:30
중국, 동계올림픽 대비 손님맞이 속도…"스포츠와 정치는 달라"

경기장, 테스트 이벤트로 본격 가동…각종 시설 마무리 공사 한창



(장자커우=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2022년 2월 4일. 지구촌의 이목이 중국 베이징에 쏠린다.

올림픽 성화가 베이징으로 옮겨져 불타오르면서 85개국 2천900여 명의 선수들이 7개 종목에서 109개의 금메달을 놓고 열전을 벌이게 된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는 데다 세계 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까지 유행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동계올림픽이 정확히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난 4일 올림픽 기간 스키점프와 크로스컨트리 경기 등이 열리는 허베이(河北)성 장자커우(張家口)를 찾았다.

베이징에서 장자커우까지 거리는 190㎞지만, 고속열차를 타면 1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다.

중국은 동계올림픽 개최가 확정되자마자 베이징과 장자커우를 연결하는 '징장(京張·베이징과 장자커우) 고속철도 건설을 시작해 2019년 완공했다.

고속열차 안에는 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듯 겨울 스포츠를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았다.



직장인 장(張)모 씨는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으로 몇 년 전부터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며 "매년 겨울이면 가족과 함께 3∼4번은 장자커우에 스키를 타러 간다"고 말했다.

장자커우 타이즈청(太子城) 기차역에 도착하자 겨울 스포츠를 활용한 다양한 광고판과 함께 '베이징에서 만나요'(相約北京)라고 적인 수많은 현수막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주요 도로는 올림픽을 앞두고 단장한 듯 깨끗했고, 이정표마다 '베이징 2022'라는 문구를 넣었다.

누구라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도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장자커우 곳곳은 2달 뒤 시작될 동계올림픽 준비가 한창이었다.

기차역 인근 한 편의점 주인은 "올여름까지만 해도 올림픽 관련 공사 때문에 하루에도 수천 대의 공사 차량이 다녔지만, 이제 큰 공사는 거의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동계올림픽 준비를 총괄하는 '올림픽 운영 지휘부'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경기장과 선수촌 등 인프라 분야에서 12개 경기장이 모두 완공됐고, 국제인증을 얻어 올림픽 경기를 치르기 위한 조건을 모두 갖췄다고 설명했다.

스키점프 경기장 '쉐루이'(雪如意)에서는 테스트 이벤트가 열리고 있었다.

산 정상에 자리 잡은 스키점프 경기장은 거대한 우주 비행선을 연상케 했다.

세계 최대 규모라고 했다.

그러나 주최 측의 발표와 달리 경기장 주변은 다소 어수선했다.

점프대와 마주 본 관중석 위편에 자리한 컨테이너를 비롯해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곳이 적지 않았다.



여러 군데에 철제 구조물이 드러나 있고 공사 자재도 쌓여 있었다.

테스트 이벤트가 진행되는 순간에도 경기장 주변에서는 요란한 드릴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경기장 관계자는 "모든 공정이 95% 이상 끝났고 마무리 작업일 뿐"이라며 "테스트 이벤트에 참가한 선수들도 경기장 수준에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방역 문제로 선수나 운영진과의 접촉이 차단돼 빙질이나 경기장 수준 등에 대해 직접 듣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이밖에 올림픽 기간 각종 회의를 할 국제회의장과 선수들이 생활할 선수촌도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올림픽 조직위는 최근 선수촌 점등식 모습을 공개하며 올림픽 준비가 마무리됐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인구 대국답게 엄청난 수의 자원봉사자 선발 작업도 끝났다.

2만 명을 선발하는데 100만 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베이징과 허베이성 대학생들이다.

테스트 이벤트가 열리는 스키점프 경기장과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에서는 관중 대신 자원봉사자들이 응원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베이징에서 대학에 다닌다는 한 자원봉사자는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을 모두 개최하는 첫 번째 도시가 베이징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동계올림픽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에 작은 힘을 보탤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며 "올림픽을 통해 중국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원봉사자에게 미국과 영국 등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에 대한 입장을 물었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중국공산당은 가난한 나라를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만들었고, 중국은 미국처럼 코로나19로 죽는 사람도 없다"며 "우리가 인권탄압을 했다는 증거도 없는 데다 국민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게 해주는 것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스포츠와 정치는 다른 것"이라며 "세계인의 축제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평범한 대학생에게서 나온 얘기지만 그와의 대화에서 '전랑외교'(늑대전사 외교)로 유명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얼굴이 오버랩됐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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