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본토 겨냥한 대서양 해군기지 구축 추진"
중국, 적도기니 주시…미 동부해안 맞은편서 재무장 가능
미국,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양국 적도기니 두고 외교전
(서울=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중국이 미국 안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해군 기지를 대서양에 접한 중앙아프리카 소국 적도기니에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대만 문제, 극초음속미사일 개발 등 이슈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국이 해군 기지 문제로 또다시 맞붙은 상황이다.
미 정보당국 기밀 보고서 내용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해군 기지를 건설할 곳으로 적도기니 항구도시인 바타를 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에는 이미 중국이 건설한 상업항구가 있으며, 인접 국가인 가봉 등 중앙아프리카 내륙으로 통하는 고속도로도 갖추고 있다.
중국이 이곳에 기지를 구축한다면 미 동부 해안 맞은편에서 해군 전력을 재무장·정비할 수 있는 군사적 이점을 확보하게 된다.
미국은 중국의 이 같은 계획이 자국 안보를 해치는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군 아프리카사령부 스티븐 타운센드 사령관도 지난 4월 상원에 출석해 "중국이 미국에 가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협은 아프리카 대서양 연안에 해군 시설을 짓는 것"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미국은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이 포착되자 지난 10월 존 파이너 미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적도기니로 보내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대통령과 측근들이 중국의 요청을 거부하도록 설득했다.
미정부 관계자는 "중국의 움직임을 포함한 특정한 잠재적 조치가 국가 안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적도기니에 분명히 알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략적 요충지인 적도기니를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외교적 지원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3월 바타 인근 적도기니 군기지에서 탄약 폭발로 최소 100명이 사망하자 곧바로 도움을 제공했다.
같은 달 적도기니군은 미국이 주도한 기니만 해상 훈련에도 참여했다.
중국 또한 적도기니에 해군기지를 짓기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10월 미 국가안보 부보좌관 방문 직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적도기니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으며, 이후 중국 정부는 "적도기니는 항상 중국을 가장 중요한 전력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은 또 적도기니 경찰의 훈련과 무장도 지원하고 있다.
현재 미 당국은 적도기니에 지속하고 있는 외교적 지원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거둘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해군의 주둔을 막기 위해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WSJ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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