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네팔 신상, 美박물관 떠나 37년만에 귀향

입력 2021-12-04 21:46
수정 2021-12-04 21:49
도둑맞은 네팔 신상, 美박물관 떠나 37년만에 귀향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한 사원에서 도난당한 힌두교 신상이 37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제자리를 되찾았다.

4일 AFP 통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네팔 당국은 올해 3월 미국에서 반환된 힌두교 신상을 이날 카트만두 시내 힌두 사원의 원래 자리에 다시 안치했다.

풍요의 여신 락슈미와 비슈누의 화신 나라야나의 모습이 조각된 이 석상은 12∼15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네팔의 주요 문화재 중 하나다.

하지만 1984년 돌연 행방이 묘연해졌고, 6년 뒤 엉뚱하게도 미국 댈러스 미술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댈러스 미술관 측은 문화재 수집가에게서 대여하는 방식으로 신상을 전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과 네팔 양국은 작년부터 이와 관련한 조사에 착수했고 신상은 결국 올해 초 댈러스 미술관과 미 연방수사국(FBI)을 거쳐 네팔에 돌아올 수 있었다.

오랫동안 도둑맞았던 신상이 돌아오자 네팔 시민들은 사원을 찾아 전통음악을 연주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네팔 문화재 환수 캠페인(NHRC)의 딜렌드라 라즈 쉬레스타는 "매우 행복하다. 34년에 걸친 노력이 결실을 보았기에 모두가 축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랜디 베리 주네팔 미국 대사는 "우리는 네팔의 신들이 미국과 유럽 그리고 그 외의 국가에서 환수되는 흐름이 시작되는 장면을 보고 있다"면서 "이번 일이 이어질 여러 기념식 중 첫번째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네팔은 힌두교와 불교 신자가 많아 사원과 문화유산이 국민의 일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1950년대 문호 개방 이후 문화재를 노린 범죄가 잇따라 여러 사원에선 수백 년 이상 된 문화재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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