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발 방문객 사냥?…태국신문, 오미크론 무개념 표현 사과
정부 "형편없는 단어 선택" 질책…방콕포스트, 1면에 사과 공고문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의 유력신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 관련 기사에 아프리카발(發) 방문객들에 대한 차별로 오인될 여지가 있는 제목을 썼다가 사과하는 일이 발생했다.
태국의 유력 영문 일간지인 방콕포스트는 지난 2일자 1면에 당국이 오미크론 변이 우려로 지난달 15일 이후 태국에 입국한 아프리카발 입국객 783명을 찾아, 검사를 요청할 것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의 제목은 'Govt hunts for African visitors'였다.
여기에서 'hunt'라는 단어가 문제가 됐다.
영한사전이나 영영 사전을 보면 'hunt for'는 먼저 사냥하다라는 의미가 있지만, 사람이나 물건을 찾거나 추적하다라는 뜻도 있다.
그렇지만 'hunt'라는 단어가 사냥이라는 뜻과 가장 먼저 결부되는 만큼, 표현을 두고 비판이 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태국 정부 코로나19 상황관리센터(CCSA) 대변인은 다음날인 3일 브리핑을 통해 이 기사의 제목은 어떤 식으로건 정부 방침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명백히 밝힌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실 이 제목은 매우 형편없는 단어 선택이었다"며 "편집장이 이 제목이 가져온 부정적 피드백(반응)을 잘 알아차리기를 우리는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방콕포스트를 거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방콕포스트는 브리핑 당일 오후 인터넷판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어 4일에는 지면 1면에도 사과 공고문을 냈다.
신문은 공고문에서 "방콕포스트는 12월 2일 자 1면에 'hunts'라는 단어를 몰이해하게 사용한 데 대해 사과를 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많은 이들이 차별적 또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언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을 전달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신문은 인터넷판 해당 기사의 제목도 기존의 'hunts for' 대신 찾아낸다는 뜻이 명백한 'seeks out'으로 바꿨다.
한편 태국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 입국 금지 대상인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8개국에서 온 방문객 123명에 대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이메일 그리고 통화 등을 통해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날 밝혔다.
접촉이 이뤄지면 이들에게 오미크론 변이 감염 여부에 대한 검사를 요청할 예정이다.
태국에서는 4일 오전 현재까지 오미크론 변이 확진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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