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운반체 쓴 코로나19 백신, 왜 혈소판감소증 생길까
자석처럼 붙은 바이러스와 혈소판 제4 인자, 치명적 혈전 유발
미ㆍ영 공동 연구진,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 두 종은 바이러스 벡터(운반체)를 쓴다.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유전자 물질, 즉 신종 코로나의 스파이크 단백질 펩타이드를 아데노바이러스에 실어 세포에 전달한다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이와 완전히 다른 mRNA 백신이다.
그런데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 백신은 아주 드물게 '백신 유도 면역 혈전성 혈소판감소증(VITT)'이라는 치명적인 이상 반응을 일으킨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많이 쓴 영국의 경우 총 5천만 회를 접종할 때까지 411건의 VITT가 발생해 73명이 사망했다.
mRNA 백신엔 없는 이런 이상 반응이 왜 생기는 걸까.
그 기저에 작용하는 분자 메커니즘이 미국과 영국 과학자들의 공동 연구에서 밝혀졌다.
백신의 벡터로 사용된 아데노바이러스와 혈소판 제4 인자(PF4)라는 단백질의 절묘한 결합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백신의 바이러스 벡터와 치명적 이상 반응의 연관성이 의학 연구를 통해 확인된 건 처음이다.
미국의 애리조나 주립대와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대 과학자들이 함께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논문으로 실렸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 백신 접종자에게서 VITT 이상 반응이 보고되자 과학자들은 먼저 바이러스 벡터에 문제가 있지 않나 의심했다.
mRNA 방식으로 제조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에선 유사한 이상 반응도 보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험 결과, 벡터로 쓰인 바이러스가 PF4와 결합하는 데서 문제가 시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백신은 보통 근육에 주사하지만, 운반체 바이러스는 혈액에 들어갈 수도 있다.
바이러스가 혈액에서 PF4와 붙으면 면역계는 '바이러스+PF4' 복합체를 외부물질로 간주할 개연성이 있다.
문제는 엉뚱한 면역 반응이 PF4에 맞서는 항체 생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항체의 자극을 받으면 혈소판이 서로 달라붙어 혈전이 생긴다고 한다.
연구팀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사용된 아데노바이러스(ChAdOx1)를 급속 냉동해 cry-EM(극저온 전자현미경) 기술로 관찰했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 캡시드(외피 단백질) 및 주요 단백질의 원자 구조와 함께 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PF4와 상호작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아데노바이러스에 강한 양전하가 걸려 음전하를 띤 PF4 같은 단백질을 끌어들인다는 것도 드러났다.
게다가 PF4는 아데노바이러스와 결합하는 데 딱 맞는 크기와 구조로 되어 있었다.
논문의 교신저자 중 한 명인 애리조나 주립대 분자과학대의 압히셰크 싱하로이(Abhishek Singharoy) 조교수는 "백신의 벡터ㆍ호스트(접종자) 상호작용을 충분히 연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라면서 "실제로 드물긴 하지만, 이상 반응이 어떻게 생기는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디프대의 아데노바이러스 의료 적용 전문가인 앨런 파커 교수는 "혈소판 제4 인자가 아데노바이러스와 결합할 수 있다는 걸 연구 데이터를 통해 확인했다"라면서 "VITT의 기저 메커니즘을 완전히 밝혀내는 데 중요한 진전을 이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부분은 이번 발견이 VITT의 예방 및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글로벌 팬데믹의 형세를 전환할 수 있는 개량 백신을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리라고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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