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자격 박탈당했던 독재자 카다피 아들 '기사회생'

입력 2021-12-03 02:52
대선 후보 자격 박탈당했던 독재자 카다피 아들 '기사회생'

법원, 선관위 결정 취소…내달 24일 대선 출마 가능해져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리비아의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했다가 선거관리위원회의 자격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차남이 결국 대선 출마 자격을 얻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리비아 법원은 선관위의 후보 자격 박탈 결정에 반발해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가 제기한 청원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는 내달 24일로 예정된 대선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앞서 리비아 선관위는 지난달 24일 98명의 입후보자 가운데 25명의 자격을박탈했다.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의 경우 과거 명예롭지 못한 범죄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는 게 자격 박탈 이유였다.

그는 2011년 아버지 무아마르 카다피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2015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

또 이와 관련한 반인도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수배를 받고 있다.

그는 혐의를 부인해왔지만, 군검찰은 이를 지적하며 선관위에 카다피를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선관위의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 청원을 제기하려 했으나, 무장 괴한의 법원 습격으로 한 차례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현지에서는 역시 이번 대선에 입후보한 동부지역 군벌 리비아국민군(LNA)의 칼리파 하프타르 사령관이 법원 습격의 배후에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아들 카다피와 하프타르 사령관은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지 10년 만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논쟁의 대상이 된 후보들이다.

정치권과 일부 지역에서는 이들이 출마할 경우 대선을 보이콧하겠다는 움직임도 있었다.

리비아는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의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무장세력이 난립하면서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

유전지대가 많은 동부지역을 장악한 하프타르의 LNA와 유엔이 인정하는 리비아 통합정부(GNA)의 내전 와중에 민간인을 포함해 1천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LNA의 수도 트리폴리 장악이 실패로 돌아간 뒤 양측은 지난해 10월 유엔의중재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휴전 협정에 서명했고, 이어 열린 중재 회의에서 선거 일정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