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가스실' 악몽…뉴델리 무기한 휴교령 다시 발동
WHO 기준 20배 수준 오염 지속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세계 최악 수준의 대기오염이 계속되자 당국이 다시 무기한 휴교령을 발동했다.
고팔 라이 델리주 환경부 장관은 2일 "대기질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등교를 재개했으나 대기오염이 다시 악화했다"며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각 학교는 오는 3일부터 휴교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달 29일 2주 만에 재개된 뉴델리의 등교 수업은 4일 만에 다시 중단되게 됐다.
등교 수업이 중단되면 각 학생은 집에서 원격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뉴델리 당국의 조치는 이날 대법원의 강력한 경고가 나온 후 이뤄졌다.
대법원은 이날 연방정부와 델리주에 산업·차량 등의 대기오염 배출과 관련해 24시간 이내에 엄격한 조처를 하라고 지시했다.
NV 라마나 대법원장은 "서너 살짜리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데 어른들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며 뉴델리 당국의 등교 재개 조치를 비판했다.
이날 뉴델리의 대기질은 '가스실'이라는 악명에 어울릴 정도로 악화했다. 시내 곳곳의 PM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300㎍/㎥를 훌쩍 넘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일평균 안전 권고 기준(15㎍/㎥ 이하)의 20배 이상으로 대기가 크게 오염된 것이다.
일부 지역의 공기질지수(AQI, 인도 기준)는 700을 넘어서기도 했다. 인도 AQI 지수는 301∼400은 '매우 나쁨', 401을 넘어가면 '심각' 단계로 진입한다.
뉴델리 등 수도권의 대기질은 해마다 초겨울에 접어들면서 급격히 나빠진다.
뉴델리 인근 여러 주의 농부들이 추수가 끝나고 벌이는 논밭 잔여물 소각 연기에 힌두교 디왈리 축제 기간 폭죽 사용, 노후 공장·발전소·차량이 뿜어내는 매연, 도심 빈민층이 난방과 취사를 위해 각종 폐자재를 태운 연기 등이 겹치기 때문이다.
특히 뉴델리는 내륙 분지인데다 이때는 계절풍마저 강하게 불지 않기 때문에 상공의 오염물질은 좀처럼 흩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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