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시행 1년간 홍콩 중고교생·교사 5천여명 떠나
"이민·조기퇴직 교사 7배 늘어"…"사회환경, 교육정책 급변 탓"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국가보안법 시행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강도높은 방역정책 속에서 1년간 홍콩 중고등학교에서 빠져나간 학생과 교사가 5천명을 넘어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일 홍콩 매체 HK01 등에 따르면 전날 홍콩 중고교 교장들의 모임인 홍콩중학교장회는 140개 중고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2020-2021학년도 1년간 학생 4천460명과 교사 987명이 그만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한 학교에서 평균 32명의 학생과 7명의 교사가 그만둔 꼴이다.
2019-2020학년도에 중고교생 2천700명과 교사 498명이 그만둔 것과 비교해 대폭 늘어난 규모다.
학교를 그만둔 학생의 60%는 중국과 마카오를 포함해 다른 나라로 떠났다.
또 퇴직한 교사 중 이민을 간 규모는 전년보다 7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교장회는 "2020-2021학년도 학생 이탈이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은 명백하다"며 "특히 중학생의 이탈이 고등학생의 거의 두배"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중국과 홍콩 간 왕래가 격리정책으로 제한되면서 중국 본토 학생들이 홍콩 학교로 등하교 할 수 없는 상황도 홍콩 학교의 학생수 감소를 일부 이끌었다.
중학교장회는 "이민이나 조기 퇴직을 이유로 그만둔 교사 수가 급격히 늘어나 두뇌 유출 위험이 커졌다"며 특히 10년차 이상 중진 교사들의 이직률이 54%로 직전 학년도의 약 40%에서 급격히 늘어난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사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는 "홍콩의 전반적인 사회적 환경과 가족들의 우려, 교육 정책과 커리큘럼의 전례없는 급격한 변화"를 꼽았다.
그러면서 "일부 학생들이 홍콩을 떠나면서 우리는 현재 겪는 두뇌 유출 문제를 미래에도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학교장회는 앞서 지난 7월에도 많은 학생과 교사들이 해외로 떠나고 있다면서 당국에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당시 이들은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많은 홍콩인들이 왜 이민을 떠나는지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적절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콩 학교의 학생 수 감소는 뚜렷한 이민 증가 현상과 맞물린다.
홍콩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30일 홍콩국가보안법이 시행된 후 1년간 홍콩 거주권자 8만9천200명이 홍콩을 떠났다.
이는 전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2019년 중반부터 2020년 중반까지 홍콩을 떠난 거주권자는 2만900명이었다.
영국을 중심으로 호주, 캐나다 등에서는 중국의 홍콩국가보안법 시행에 반발해 홍콩인을 대상으로 이민 문호를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홍콩 초등학생 수도 급감해, 2020-2021학년도 홍콩 전체 공립 초등학교 1학년 과정에서 최소 81개반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홍콩 당국은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교육 정책과 교과 과정을 계속 손보고 있다.
친중 진영에서 2019년 반정부 시위의 이유 중 하나로 지목한 고등학교 시사교양과목 '통식'(通識)을 이름부터 내용까지 전면 뜯어고친 것을 필두로, 모든 학교는 홍콩 기본법·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행동을 방지할 정책을 도입할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지침을 일선에 내려보냈다.
또 국가안보와 영토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역사교육 지침을 하달했고, 교사 임용시험에 홍콩국가보안법 시험을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난달 30일에는 '가치관 교육과정 기본방향' 지침을 일선 학교에 내려보냈는데, '중국을 사랑하고 홍콩을 사랑하라'고 촉구하면서 기존에 있던 '인권 존중'과 '비판적 사고'라는 표현은 삭제했다고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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