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겨냥 미시간 총격범에 테러혐의 적용된 이유는
미시간주 대테러법, 민간인 피해 상당하면 테러에 부합 판단
사상자 11명 넘어…"아이들 정신적 피해 어떡하나"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 미시간주 고교 총기 난사범에게 테러 혐의가 적용돼 주목된다.
미시간주 오클랜드카운티 검찰은 지난달 30일 옥스퍼드 고교에서 총기를 난사해4명을 숨지게 한 이선 크럼블리(15)를 1급 살인과 살인미수, 테러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 2002년 미시간주에서 제정된 대테러법이 적용됐다. 9·11을 계기로 주별로 자체 대테러법을 제정하는 흐름이 이어졌는데 사건 이듬해인 2002년에만 27개 주가 대테러법을 만들었다.
1일(현지시간) AP 통신은 미시간주 대테러법이 테러를 폭넓게 규정하고 있어 이번 같은 기소가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미시간주 대테러법은 민간인을 위협·강요하거나 또는 위협·강요 등을 동원해 정부 활동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행한 테러 행위가 대상이다.
처음 적용된 때는 2012년 한 남성이 고속도로에서 20여대의 차량을 향해 총을 발사한 사건이었다.
학교 폭력에 처음 적용된 것은 2005년 10대가 매콤 카운티의 고교에서 학살을 모의한 혐의로 기소됐을 때였다.
다른 주에서 정부를 대상으로 한 보복 행위만을 테러로 규정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17명이 목숨을 잃은 2018년 플로리다 고교 총기 난사 사건에서 당시 범인에게 적용된 혐의엔 테러가 포함되지 않았다.
미시간주 사법당국 관계자들은 일제히 학생 등의 정신적 충격을 언급하며 이번 범행이 테러 행위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를 겨냥한 테러 의도를 넘어 민간인 대상이라도 그 피해가 상당하면 테러로 규정된다는 것이다.
캐런 맥도널드 오클랜드 카운티 검사는 이번 사건을 두고 "흔하거나 일반적인 혐의가 아니다"며 피해자는 사상자 11명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맥도널드 검사는 "범행 당시 비명을 지르고 책상 밑에 숨고 대피한 아이들은 어떠한가?"라며 "지금 집에서 먹거나 자지도 못하고 학교에 다시 발을 들이는 세상을 상상조차 못 하는 모든 아이는 또 어떠한가?"라며 심각한 피해 상황을 들었다.
마이크 부샤드 오클랜드 카운티 보안관은 크럼블리에 대해 100% 테러 혐의가 적용된다고 확인했다.
그는 "당신이 부모든, 교사든, 학생이든 총에 맞지 않았다고 해서 테러를 당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며 평생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매슈 슈나이더 전 미시간주 법무차관은 해당 법이 주로 테러 위협을 가하는 이에게 적용돼왔다고 설명했다.
슈나이더 전 차관은 이번 총기 난사에 대해 "단순 살인 사건이 아니다"며 "당시 학교에 있던 그 아이들은 공포에 떨 것이다. 그 영향은 수천 명한테 향한다"고 말했다.
그는 9·11 영향으로 당시 대테러법은 전통적인 의미의 테러리즘을 고려해 제정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적용 범위가 점차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크럼블리는 테러·살인 등 혐의가 인정되면 최고 종신형까지 처할 상황에 놓였지만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총기를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부모에 대한 기소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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