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北미사일 맞으면 일본도 타격력 행사하는 게 중요해져"

입력 2021-12-02 11:49
아베 "北미사일 맞으면 일본도 타격력 행사하는 게 중요해져"

'방위력' 대신 '전력' 표현…개헌 세력 규합 노린 듯

"중국의 군사 위압 세계가 우려…대만 유사는 일본·미국의 유사"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집권 자민당 최대 파벌 수장으로 취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일본의 '전력'(戰力) 증강을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을 맞으면 일본이 직접 타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표명하는 등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정했다.

아베 전 총리는 "일미(미일)로 합쳐진 전력이 되므로 당연히 일본의 전력 자체를 높여 갈 필요가 있다"고 1일 보도된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미소 냉전 시에는 유럽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있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균형을 잡으려면 일미 동맹"이라며 이렇게 언급했다.

아베는 "중국은 잠수함이나 항공기 등의 수가 일본의 2배 이상"이라고 양국의 격차를 언급하고서 일본의 방위력 확대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방위력' 대신 '전력'이라는 표현을 쓴 점이 눈길을 끈다.

일본이 전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은 위헌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일본 헌법 9조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전쟁이나 무력 행사 등을 영원히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이나 여타 전력(戰力)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자위대를 일종의 방위 조직으로 규정해 일반적인 의미의 군대와는 일단 구분하고 있다.

만약 아베가 현직 총리였다면 일본의 전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야당이나 호헌 단체 등이 크게 반발할만한 발언이다.

헌법 개정을 필생의 과업으로 꼽아 온 그는 개헌 지지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일부러 논란을 일으킬 표현을 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베는 "헌법에 자위대가 명기되지 않은 이상한 상태에 종지부를 찍을 필요가 있다"면서 헌법 9조 개정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뜻도 표명했다.

일본 정치권은 그간 억지력 증강이 방어용이라고 포장했는데 아베 전 총리는 상대를 타격하는 데 사용할 가능성으로 한 걸음 나갔다.

그는 인터뷰에서 "억지력은 사태가 전쟁으로 발전하는 허들(장애물)을 높게 하는 것이다. 억지력이 약하면 허들이 낮아져 상대가 무력을 행사하게 하는 유인이 된다. 억지력이라는 것은 타격력이며 반격 능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주변국에 위협을 준다는 지적에 대해 아베는 "상대가 위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억지력이 된다. 거기서 미사일 버튼을 누르는 손이 멈춘다. 누르면 상당히 격렬한 공격에 처할 것을 알기 때문"이라며 "반격할 힘이 있어야 비로소 공격을 단념시킬 수 있다"고 반응했다.



일본이 북한을 타격하는 상황도 언급했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이 북한으로부터 미사일을 맞았을 때 미국이 보복 공격을 하는데 일본이 대응하지 않으면 일미 동맹은 위기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 주력은 미국이라도 일본도 타격력을 행사한다는 것이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치권이 논의 중인 '적 기지 공격 능력'에 관해서는 "애초에 적 기지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반격 능력', '타격력'이 좋지 않냐"고 언급했다.

국회의원 95명이 속한 자민당 최대 파벌인 세이와(淸和)정책연구회의 회장으로 최근 취임해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는 아베는 "대두하는 중국에 어떻게 대응하고 북한의 위협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를 향후 안보 정책의 관건으로 꼽았다.

그는 "홍콩, 대만, 티베트, 신장 위구르에 인권 문제가 있다.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압을 강화하는 중국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면서 "대만의 유사(有事·전쟁이나 사변 등 비상사태가 벌어지는 것)는 일본의 유사이며 일미 동맹의 유사"라고 언급했다.



아베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권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그는 "나도 총재 선거 결선 투표에서는 (기시다) 총리를 지지했다. 총재 선거에서 새 총재가 선출되면 뭉칠 때는 뭉치는 것이 자민당이다. 최대파벌로서 제대로 떠받치겠다. 이것이 우리들의 총의(總意·구성원 전체의 의견)"라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는 올해 9월 하순 실시된 자민당 총재 선거 때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정무조사회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다만 기시다와 고노 다로(河野太郞) 2명으로 후보가 압축된 결선 투표에서 아베가 기시다를 지원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가 결선 투표에서 기시다를 지지했다고 직접 밝힌 것은 최근 정계에서 거론된 기시다 총리와의 불화설을 의식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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