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미국과 한달반 만에 회담…동결자산 해제 거듭 요청
미국은 인권 보호 등 촉구…인도주의적 위기 상황도 논의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인 탈레반이 약 한 달 반 만에 미국과 회담을 재개하고 아프간 경제난, 인권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1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과 탈레반 소셜미디어(SNS) 홍보 계정 등에 따르면 탈레반 대표단은 카타르 도하에서 전날까지 미국 대표단과 이틀간 회담했다.
탈레반 대표단은 아미르 칸 무타키 외교부 장관 대행이 이끌었고, 미국 측 대표로는 토머스 웨스트 아프간특사가 나섰다.
양측이 도하에서 이런 공식 회담을 한 것은 지난 10월 9∼10일 이후 약 한 달 반만이다.
미국 국무부는 전날 성명을 통해 양측은 아프간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 등에 대해 논의했다며 미국 측은 이와 관련해 유엔(UN)의 노력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탈레반 외교부 대변인인 압둘 카하르 발키도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양측은 정치, 경제, 의료, 교육, 안보, 인도주의 이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양측은 상대에 바라는 점도 전달했다.
미국 측은 아프간 내 인권 탄압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드러내며 탈레반 측에 인권 보호, 사면령 및 여성에 대한 교육 기회 보장 약속 준수, 포괄적 정부 구성 등을 요청했다고 국무부는 전했다.
이에 탈레반 측은 동결된 자국 해외 자산 즉시 해제 및 제재 종식 등을 요구했다고 발키 대변인은 설명했다.
아프간 정부의 해외 자산은 90억 달러(약 10조6천억원) 이상으로 이 중 70억 달러(약 8조3천억원)가 미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지난 8월 아프간 중앙은행이 미국에 예치한 이 같은 자산을 동결했다.
탈레반은 지난 10월 회담에서도 동결 자산과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현재 아프간은 공공 부문 경비의 75%가량을 맡아온 해외 원조마저 대부분 끊어지면서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중이다.
국제사회 대부분은 아직 탈레반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상태다. 각국은 탈레반이 포용적 정부 구성, 인권 존중, 테러리즘 근절 등의 약속을 지키는지 지켜보며 외교 관계 수립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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