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위협하는 오미크론 변이…"델타 때보단 충격 덜할 것"
WSJ, 높아진 백신접종률 등을 근거로 제시…내년 성장률 0.3%p만 하향
변이바이러스 얼마나 강하느냐가 관건…유럽은 충격 크고, 중국도 변수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이 세계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당장 여행과 외식 관련 지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이미 지구촌을 짓누르고 있는 인플레이션 해법을 더 꼬이게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의 첫 보고 이후 각국 증시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휘청거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오미크론 변이의 충격 강도는 이전 유행보다는 덜 할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내다봤다.
WSJ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미국과 세계 경제를 위협한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글로벌 경제가 새 변이로부터 아주 심하지 않은 정도의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3월 1차 대유행 초기나 올해 여름 델타 변이 유행 때보다는 경제적 충격이 덜 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라고 신문은 전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내년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2%로 낮췄으나, 기존 전망치인 4.5%에서 조정폭이 크지는 않았다.
지난해 대유행 시작 후 각국 정부가 집행한 막대한 재정부양과 수요 회복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활력을 되찾은 상태이고,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았던 공급망 차질 문제도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인다는 사실이 과거 유행 때와의 차이점으로 꼽힌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 각국 정부가 대유행 초기와 같은 전면적인 봉쇄령을 재도입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점도 오미크론 변이의 경제 충격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날 연설에서 백신 접종률 제고에 방점을 찍으면서 봉쇄 조치나 추가 여행제한 조치에 선을 그은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4분기와 내년 초 성장을 둔화시킬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물론 변수는 많다. 오미크론 변이가 얼마나 강력한지, 백신의 예방효과를 뚫고 얼마나 많은 사람을 감염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가 겪을 고통의 무게도 달라질 수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닐 셰어링은 WSJ에 "대부분의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는 것은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부과하는 제한 조치들"이라면서 "오미크론 변이가 백신을 어느정도 회피하는지, 이로 인해 각국 보건 체계에 얼마나 큰 부담을 초래하느냐가 핵심 문제"라고 말했다.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노동자가 출근을 꺼려 공장이 정상 가동되지 않고 물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공급망 차질 문제도 더 심화할 수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30년래 가장 높은 수준인 미국의 인플레이션 문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상원 청문회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경제에 "하방위험을 줄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의 불확실성을 증대시켰다"고 우려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또 새로운 변이가 불거진 타이밍도 나쁘다고 WSJ은 지적했다.
추운 겨울철 시작을 앞두고 시작된 오미크론 변이가 이미 재확산 조짐을 보이던 유럽에 특히 큰 경제적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도 여행제한과 각종 격리 조치를 다시 강화하는 추세다.
특히 중국이 여전히 '코로나 제로' 기조를 유지하면서 방역 고삐를 당기는 모양새여서 중국의 공장이나 항구가 갑자기 문을 닫거나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