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최측근 정치인 '내년 대선 출마' 돌연 철회
고 상원의원 "아직 때가 아니다"…'러닝메이트' 마르코스·사라 경쟁력 커질 듯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최측근인 크리스토퍼 고(47) 상원의원이 내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갑자기 철회하면서 대선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30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고 상원의원은 내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가족이 출마를 원치 않았고 나 또한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자신이 아버지 이상으로 사랑하는 두테르테에게 "더 많은 문제"를 안기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두테르테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정치적 동지인 고 상원의원을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한 바 있다.
고 상원의원은 지난달 2일 부통령 후보로 등록했다가 이달 최종 마감 시한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로 등록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내년 5월 정·부통령 선거에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64) 전 상원의원과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인 사라(43) 다바오 시장의 경쟁력이 더 커질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필리핀대 정치학 교수인 장 프랑코는 "고 상원의원의 대선 출마 철회로 인해 마르코스와 사라의 '정치적 힘'이 더 커질 것"이라면서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르코스를 지지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두테르테는 마르코스 일가와 친분을 유지해왔으나 최근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을 "나약한 지도자"라고 비난한 바 있다.
독재자인 선친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마르코스는 지난달 5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대통령 후보 등록을 마쳤다.
사라는 지난달에 다바오 시장직에 재출마하겠다면서 후보 등록을 마쳤으나 지난 13일 부통령 후보로 등록을 변경한 뒤 마르코스와 러닝메이트를 이뤘다.
이밖에 현재 대통령 후보로 등록한 이들은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 상원의원과 프란시스코 도마고소 마닐라 시장, 판필로 락손 상원의원을 비롯해 두테르테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 로날드 델라 로사 전 경찰청장 등이다.
한편 필리핀 여론조사기관인 SWS가 지난달 실시한 대선 후보 관련 설문에서 마르코스는 47%로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로브레도(18%), 도마고소(13%), 파키아오(9%), 락손(5%) 순으로 나타났다.
필리핀은 내년 5월 9일 선거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을 별도로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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