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자마자 돌아가라' 홍콩, 코로나에 중국과 접경에 투표소 설치

입력 2021-11-30 12:35
'찍자마자 돌아가라' 홍콩, 코로나에 중국과 접경에 투표소 설치

선거법 개편 이후 첫 입법회 선거 투표율 저조 전망 속 이례적 조치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이 선거법 개편 이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입법회(의회) 선거를 앞두고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중국과 접경지대에 처음으로 투표소를 설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리 정책으로 투표권 행사에 제약이 따르는 중국 땅 거주 홍콩인들을 위한 이례적인 조치다.

30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오는 12월 19일 입법회 선거일에 흥위엔와이(香園圍), 로우(羅湖). 록마차우(落馬洲) 등 중국 선전(深?)과 접경지역 출입경 사무소 3곳에 투표소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선전에 거주하는 홍콩인들은 선거일에 이들 투표소에 와서 투표하고 바로 중국 땅으로 돌아가면 별도로 격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투표소가 설치되지 않았다면 중국에 사는 홍콩인들은 사실상 투표가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의 엄격한 방역 정책으로 접경 지역을 벗어났다가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는 이들은 수십일씩 격리에 들어가야하기 때문이다.

그간 홍콩 친중 진영에서는 중국 거주 홍콩인들의 투표권 보장을 위해 중국 땅에 투표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홍콩 선거법상 투표소는 홍콩 땅 안에 설치돼야 한다는 규정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투표소는 접경지역 검문소의 홍콩 땅에 설치됐으나, 투표만 하고 바로 중국 땅으로 돌아갈 경우 격리가 면제되도록 중국이 허가했다.

투표를 하는 이들은 48시간 이내 받은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지참해야 투표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이번 입법회 선거는 중국이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기조로 홍콩 선거제를 전면 개편한 이후 처음 실시되는 입법회 선거다.

출마 문턱이 높아지면서 홍콩 민주 진영에서는 아무도 출마를 하지 않아 친정부 후보들끼리의 대결이 됐다.

이에 따라 선거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반감도 커지면서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 홍콩 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중국 땅에 거주하는 투표권을 가진 18세 이상 홍콩인은 약 37만명으로 집계됐다.

홍콩 정부는 이번 접경지대 투표소에서 최대 11만명이 투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한편, 홍콩 반부패 수사 기구인 염정공서(廉政公署·ICAC)는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투표 방해 캠페인을 펼친 테드 후이 전 입법회 의원과 민주 운동가 야우만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백지 투표나 투표 거부 운동을 펼친 혐의를 받는다. 다만 둘은 현재 각각 호주와 영국에 머물고 있다.

후이 전 의원은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들이 백지 투표를 하도록 하는 것만이 홍콩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실용적 저항"이라고 말했다.

또 야우 운동가는 페이스북에서 "선거에 출마한 모든 후보가 친정부 진영이며, 유권자들은 표를 행사할 경우 투표 기계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콩은 선거법 개정을 통해 투표 방해 행위나 무효표 독려 행위를 할 경우 최대 3년 이하 징역이나 20만 홍콩달러(약 3천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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