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전도사로 나선 인도네시아인들…'한국문화수호대' 맹활약

입력 2021-11-30 11:02
한류 전도사로 나선 인도네시아인들…'한국문화수호대' 맹활약

한류 팬 인니인 21명, 반둥 지역 60여곳 현장점검 후 시정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홍등 대신 청사초롱, 사쿠라(벚꽃) 대신 무궁화, 정체불명의 한복 대신 전통 한복을…



인도네시아 현지의 한류 팬들로 구성된 '한국문화 수호대'가 지난 7월 발족 이후 서부 자바 반둥 지역을 중심으로 맹활약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 주인공은 올해 7월 반둥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한류 팬클럽 '한사모'(한국을 사랑하는 모임)의 2천여명 회원 가운데 자발적으로 나선 21명이다.

한국문화원은 지난 4월 현지인들이 구글 검색만으로 만든 타식말라야 한옥마을을 찾아가 한글 간판 등 각종 오류를 바로잡아준 뒤 비슷한 사례가 많다고 보고 수호대를 만들었다.

수호대원들은 넉 달 동안 반둥 지역 60여개 한식당, 기념품점, K-댄스교습소 등을 현장 점검해 한글 표기나 한국문화 상징 오류를 찾아냈다.

한국문화원과 수호대는 불고기전골 등을 파는 한식당 'Fat oppa'의 한글 간판이 '지방 오빠'로 적혀 있는 게 어색하다고 보고, '비만 오빠'로 함께 수정했다.

이 식당은 20대 인도네시아인 한류 팬들에게 인기를 끄는 곳으로, K-팝을 틀고 한국 관련 소품으로 내부를 장식했다.



반둥의 K-댄스교습소의 경우 벽에 '허랑이'라고 적혀 있어 배경 페인트를 다시 칠하고 '호랑이'로 철자를 수정했다.

또, 소품으로 걸려있는 홍등을 청사초롱으로 바꿔달았다.



인도네시아의 아미(BTS팬클럽)를 위한 카페를 장식한 벚꽃은 무궁화로 교체했고, 낯선 옷고름의 한복도 한국문화원이 준비한 전통 한복으로 바꿨다.

메뉴판의 '김밤'이라는 단어도 '김밥'으로 수정했다.

반둥에 있는 이 카페는 내년 1월 자카르타에 2호점을 낸다며, 그 전에 문화수호대의 조언을 듣겠다고 상담을 요청했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은 전날 저녁 반둥에서 한국문화 수호대의 성과발표회를 열었다.

수호대 회장 사니는 "반둥은 음식, 쇼핑, 관광, 교육의 도시답게 K-트랜드를 가장 빨리 흡수하는 곳이다. 최근에는 K-드라마 '이태원 클라스'를 본 후 한식을 파는 작은 가게가 늘었다"며 "한글, 한국문화 오류를 계속해서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운 한국문화원장은 "반둥 지역에 이어 대학교에 한국어·문화학과 등이 있는 지역에 한국문화 수호대를 추가로 발족해 오류를 바로잡아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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