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범죄 자작극' 미국 흑인배우 저시 스몰렛 재판 시작
검찰 고소 취하 논란 이후 특검이 재기소해 재판 회부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성소수자·흑인 혐오범죄 자작극' 소동으로 국제적인 관심을 모았던 미국 배우 겸 싱어송라이터 저시 스몰렛(39)이 사건 발생 3년 만에 법정에 섰다.
인기 드라마 시리즈 '엠파이어'(Empire)에 출연한 동성애자 흑인 배우 스몰렛의 '혐오범죄 피해 허위신고' 혐의에 대한 재판이 29일(현지시간) 시카고 소재 쿡 카운티 형사법원에서 배심원단 선정작업과 함께 시작됐다고 시카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스몰렛은 이날 오전 9시께 가족·측근과 함께 법원에 도착, 취재진의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법정으로 들어섰고 변호인단과 함께 착석해 배심원단 선정작업을 지켜봤다.
스몰렛은 지난 2019년 1월29일 오전 2시께, 엠파이어 촬영지인 시카고 번화가 뒷편 거리를 혼자 걷다 스키 마스크를 쓴 두 남성으로부터 혐오 공격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해 관심을 촉발했다.
그는 용의자들이 인종차별·성소수자 비하 욕설을 퍼붓고 얼굴을 때린 후 과거 백인이 흑인에게 형벌을 가할 때 사용했던 밧줄을 목에 감았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를 외쳤다고 진술해 논란을 정치권으로까지 확대시켰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용의자들이 '엠파이어'에 출연한 적이 있는 흑인 단역배우들이며, 특히 이 중 한 명은 스몰렛의 헬스 트레이너였던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경찰에 "스몰렛 자작극을 돕는 대가로 4천 달러(약 480만 원)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혐오범죄 피해 신고를 한 스몰렛이 자작극 용의자로 드러났고 시카고를 관할하는 광역자치구 쿡 카운티 검찰은 스몰렛을 16건의 중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쿡 카운티 검찰 수장인 킴 폭스 검사장(민주)이 돌연 공소를 취하해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고 경찰의 반발을 샀다.
폭스 검사장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대외협력국장·대통령 부보좌관, 영부인 비서실장 등을 지낸 오바마 부부 측근 티나 첸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스몰렛에게 면죄부를 주려 한 사실이 알려져 스몰렛과 오바마 부부와의 친분 관계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결국 법원은 특검 도입 결정을 내렸고, 댄 웹 특별검사는 작년 2월 대배심을 통해 스몰렛을 재기소했다.
특검은 스몰렛이 시카고 경찰에 4건의 허위 신고를 한 것과 관련해 총 6건의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웹 특별검사는 "스몰렛은 그처럼 끔찍한 범죄가 실제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악의로 시카고 경찰에 혐오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허위 진술을 수차례 반복했다"면서 "대배심은 스몰렛이 자작극을 계획하고 직접 참여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특검은 스몰렛이 자작극을 벌이게 된 배경, 시카고 경찰이 사건 수사에 투입한 시간과 비용 등에 대해 살핀 결과, 재기소할만한 합리적 근거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며 "사법정의를 위해 재기소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증인은 스몰렛의 자작극을 도운 흑인 형제다.
검찰은 이들 형제가 배심원단에게 스몰렛의 자작극 전개 과정을 소상히 전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이들이 범죄를 저질러 놓고 모든 혐의를 스몰렛에게 덮어씌우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시카고 트리뷴은 "재판은 최소 일주일 이상 진행될 예정"이라며 "여타 유명인사 재판과 달리 온라인 생중계되지 않으며, 코로나19 방역수칙으로 인해 법정에 방청객과 취재진이 수용한계까지 들어차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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