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진 금마장, 홍콩시위 다룬 '시대혁명'에 다큐상

입력 2021-11-28 10:42
중국 등진 금마장, 홍콩시위 다룬 '시대혁명'에 다큐상

보안법 처벌 우려에 상영 못 해…감독 "홍콩인들에게 위로 주고 싶다"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2019년 홍콩에서 대대적으로 벌어진 반정부 민주화 시위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한때 '아시아의 오스카상'불렸던 대만 금마장(金馬?) 영화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28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전날 밤 열린 제58회 금마장 영화제 시상식에서 홍콩 감독 키위 차우(周冠威)의 '시대혁명'(時代革命· Revolution of Our Times)이 최우수 다큐멘터리 작품상을 받았다.

'시대혁명'은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개정 반대 운동을 계기로 2019년 여름부터 전 시민사회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전개된 홍콩의 반정부 민주화 시위 때 시위대가 대표적으로 외친 구호다.

2시간반 분량의 '시대혁명'은 시위에 참여한 7명의 홍콩 시민들의 시선에서 2019년 시작된 홍콩의 민주화 운동이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의 통과로 소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보안법으로 처벌받을 우려 때문에 홍콩에서 정식으로 상영되지 못했다.



현재 홍콩에서는 반중 메시지를 담은 대표적 구호인 '광복홍콩, 시대혁명'(光復香港時代革命)을 공개 장소에서 언급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홍콩보안법이 규정한 '국가 분열' 행위를 한 것으로 간주되 중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한 차우 감독은 인터넷 화상 연결 방식으로 시상식장 스크린에 나와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울었다"며 "홍콩에 남아 있는 사람들, 해외로 망명을 간 홍콩인, 심지어 감옥에 있는 친구들에게 이 한 편의 영화가 조금의 위로를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금마장 최우수 작품상은 대만 중멍훙(鍾孟宏) 감독의 영화 '폭포'에 돌아갔다. 이 영화는 코로나19로 격리된 공간에서 악화하는 모녀의 이야기를 다뤘다.

1962년 시작된 금마장 영화제는 오랫동안 체제의 벽을 넘어 중국어권 영화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금마장 영화제에서 대만 대학생들의 반중 운동인 '해바라기 운동'을 다룬 대만 푸위(傅楡) 감독이 다큐멘터리 작품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중국 당국은 자국 영화인들의 금마장 영화제 참석을 금지하면서 금마장은 대만 영화 위주의 행사로 위상이 낮아졌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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