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에 백신불평등 재조명…"접종률 낮은곳 변이 계속 나와"
아프리카 접종완료율 7%…전세계 접종완료율 43%에 크게 미달
"전 세계가 백신 맞아야 변이 출현 막을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종인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이 국가·지역 간 백신 불평등의 문제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는 오미크론 변종의 탄생이 전 세계가 얼마나 백신 불균형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조명하게 만든다고 전했다.
다수의 선진국은 백신 접종을 완료한 뒤 부스터 샷(추가접종)까지 맞고 있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상당수가 첫번째 백신조차 맞지 못한 실정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구축한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빈국이 많은 아프리카 대륙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7.15%에 불과하다.
오미크론 변이를 처음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23.76%로 전 세계 백신 접종 완료율(42.62%)의 절반 수준이다.
유럽과 미국은 이 비율이 각각 약 66%, 58%이고, 한국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80%에 근접한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세스 버클리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에 보낸 성명을 통해 더 많은 코로나바이러스 변이의 출현을 피하려면 전 세계가 모두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에 백신 미접종자가 많다면 그만큼 변이는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고 대유행은 장기화할 것"이라며 "부유층만이 아니라 전 세계 인구를 모두 보호할 수 있을 때만 변이 출현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다양한 변이가 끊임없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랑수아 발루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유전학 연구소 교수는 이번 변이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등으로 면역 체계가 약화한 만성 질환자의 몸 안에서 '한 차례 폭발적 변이'를 일으켰을 것으로 예상했다.
면역 체계가 약화한 환자가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코로나바이러스가 이 환자의 몸 안에서 면역 체계의 저항 없이 자유롭게 변이를 진행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NYT도 남아공 관료의 말을 인용해 서방의 백신 비축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전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의 노력이 실패하면서 이번 변이의 등장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프리카인들은 서방 국가들이 충분한 백신과 이를 투여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지 않아 아프리카가 고통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NYT는 저소득 국가들에 충분한 백신을 공급하는 것만큼 백신을 빠르게 접종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백신을 보관할 수 있는 냉동 시설을 보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아공은 이미 많은 백신을 보유하고 있지만 접종 시스템의 미비로 백신을 제때 접종하지 못하고 있다. 우간다도 보유한 백신 900만개 중 3분의 2가 올해 안에 유통 기한이 끝나 폐기될 위기라고 NYT는 전했다.
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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