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지질학자' 인사이트 지진계로 드러난 붉은행성 '속살'

입력 2021-11-26 15:20
화성 '지질학자' 인사이트 지진계로 드러난 붉은행성 '속살'

용암 굳은 현무암층 사이에 퇴적암 샌드위치처럼 끼어 있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화성 적도 인근의 엘리시움 평원에 설치된 지진계를 통해 '붉은 행성'의 내부 세계 일부가 처음으로 드러났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대 지구물리학자 체드릭 슈멜츠바흐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화성 내부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파견된 '인사이트'(InSight)호가 SEIS 지진계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깊이 200m까지의 지층 구조를 분석한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이 저널과 과학 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화성에서 두 번째로 큰 화산지역인 엘리시움 평원이 표면에서 3m까지 모래가 주성분인 레골리스로 덮여있고 그 아래로는 15m에 걸쳐 굵은 덩어리들이 쌓여있다. 이 지층은 운석 충돌로 하늘로 분출됐다가 다시 가라앉은 돌덩어리가 형성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 밑으로는 약 150m 걸쳐 용암이 흐르다 식어 굳어진 현무암층이 형성돼 있고, 30∼40m에 걸친 퇴적암층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계에 나타난 탄성파 속도가 현무암보다 상대적으로 느리게 나타난 것이 단서가 됐다.

퇴적암층 밑으로는 다시 현무암층이 펼쳐졌는데, 퇴적암이 현무암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낀 형태가 됐다.

기존 연구를 토대로 한 충돌구 수를 토대로 추산한 결과, 위쪽 현무암층은 약 17억 년 전 '아마조니안'(Amazonian)기'에, 아래쪽 현무암층은 약 36억 년 전 '헤스페리안(Hesperian)기'에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조니안기에는 운석이나 소행성 충돌이 다른 지질시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헤스페리안기에는 화산 활동이 아주 강했던 것으로 분석돼 있다.

연구팀은 퇴적암층이 두 시기 사이나 아마조니안 시기에 형성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인사이트호 책임연구원인 제트추진연구소(JPL)의 지구물리학자 브루스 바너트는 '인버스'지와의 회견에서 "화산암 사이에 형성되는 데 긴 시간이 걸리는 퇴적암이 존재한다는 것은 화산활동 사이에 상당한 휴지기가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인사이트호가 엘리시움 평원에 착륙해 지진 자료를 수집하기 전에 화성 궤도선이 공중에서 촬영한 지형 자료를 토대로 지층 구조를 예측했는데, 화산활동에 따른 현무암층이 존재할 것이라는 점은 예상과 일치했으나 현무암층 사이에 퇴적암층이 존재하고 암석들이 전체적으로 다공성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은 새롭게 확인했다.





화성의 내부 구조를 밝혀줄 '지질학자'로 기대를 모아온 인사이트호는 만 3년 전인 2018년 11월 26일 엘리시움 평원에 착륙했으며, 지구를 제외한 태양계 행성 중에서는 처음으로 지진계인 SEIS를 설치하고 행성의 진동을 측정해 왔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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