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 노선 계속될까…중국, 독일 새정부 대중정책에 촉각

입력 2021-11-26 12:51
수정 2021-11-26 13:41
실용주의 노선 계속될까…중국, 독일 새정부 대중정책에 촉각

관영매체 "심각한 탈선은 없을 것" 희망 꺼내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이 앙겔라 메르켈에 이어 올라프 숄츠가 이끌 독일 새 정부의 대중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독일이 유럽연합(EU)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독일의 정책 방향에 따라 유럽 전체 분위기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은 최근 좌파 녹색당, 우파 자유민주당과 연정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사민당을 이끄는 숄츠 대표는 다음 달 6일 연방하원 표결을 거쳐 총리에 취임할 예정이다.

메르켈 총리가 이끈 독일은 그동안 실용주의적 대중 전략을 취하며 중국의 든든한 우군 역할을 했다.이에 비해 미국과는 늘 적당한 거리를 뒀다.

메르켈 총리가 있어 EU가 미국의 대중국 압박 요구에 따르는 듯하면서도 속도 조절을 했다는 게 중국의 인식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메르켈 총리와의 영상 회담에서 그를 오랜 친구라는 뜻의 '라오 펑여우'(老朋友)라고 부른 뒤 "중국의 문은 언제나 당신에게 열려있다"고 말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최근 들어 유럽과의 관계가 삐걱거리는 중국으로서는 '메르켈 없는 유럽'에 대해 우려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우려는 독일의 연정 구성 발표부터 터져 나왔다.

독일 3당이 연정 합의문에서 중국을 언급하며 신장(新疆)과 홍콩 인권 문제, 대만 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모두 중국이 '내정'이라고 규정하며 외부의 언급에 강하게 반발하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독일 새 정부가 중국에 대해 새롭고 강력한 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대외 강경 논조를 대변하는 관영 환구시보는 26일 '중국과 독일 관계는 전략적으로 심각한 탈선은 없을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국은 양국이 양호하고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유지를 원하기 때문에 이 관계는 장기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적었다.

메르켈 총리의 실용적 대중 접근을 유지해달라는 메시지를 독일 새 정부에 전하는 모습이다.

신문은 "메르켈 총리가 채택한 비교적 안정적인 대중 전략은 하루아침에 형성된 게 아니다"며 "16년 전 그는 달라이 라마를 만나기 위해 앞장섰다가 양국 관계를 위태롭게 했으나 점차 중국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용적인 정책을 구축했고, EU의 중국 정책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독일 관계에는 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설령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수많은 반환점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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