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수장 한달 새 국제 정상회의 세 차례 연속 '퇴짜'
'뒷배' 중국 이어 캄보디아도 아세안 의장국 인계 앞두고 '압박 기조'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 쿠데타 군사정권의 수장이 한달 만에 국제 정상회의에서 세 차례 연속으로 '퇴짜'를 맞았다.
특히 그동안 우군으로 평가됐던 국가들이 주최한 행사에서도 배제되면서 국제무대에서 외교적 고립이 가속화하고 있다.
26일 AP·교도 통신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군정을 이끄는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은 전날 캄보디아 훈센 총리 주재로 이틀간 일정으로 화상 개막한 제1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불참했다.
ASEM은 아시아와 유럽의 관계 강화를 위해 1996년 출범했다.
현재 아시아 21개국과 유럽 30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 지역 협의체가 참여하고 있다.
ASEM측은 흘라잉 총사령관의 불참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그러나 내년 아세안 의장국이기도 한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가 흘라잉 사령관이 참석할 경우, 유럽 정상들이 ASEM에 불참하고 급이 낮은 대표를 참석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그를 초청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교도 통신은 아세안 소식통을 인용, 아세안이 '흘라잉 배제'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캄보디아 정부도 ASEM에 '비정치적 대표'만 참석할 수 있다는 방침을 미얀마 군정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군정은 이에 흘라잉 사령관의 불참을 통보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미얀마가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아세안은 10월말 정상회의 당시부터 흘라잉 사령관의 참석을 불허하고 있다.
앞서 4월 특별정상회의에서 나온 즉각적인 폭력 중단 등 쿠데타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5개 합의사항을 미얀마 군정이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대신 비정치적 인사 참석을 제안했지만, 군정이 거부해 결국 아세안 정상회의는 미얀마 없이 진행됐다.
이후 아세안이 관련된 두 차례 국제 정상회의에서도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특히 이 행사들은 미얀마 군정의 '우군'으로 불리거나 평가되는 국가들이 주최한 행사였다는 점에서 더 큰 외교적 타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재로 지난 22일 열린 '중국-아세안 정상회의'의 경우, 쿠데타 이후 군부를 지속해서 지지해 '뒷배'로까지 불린 중국은 흘라잉 사령관의 참석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세안 국가들의 반대가 완강하자 뜻을 접고 흘라잉 사령관에게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도 아세안 내에서 미얀마 군정을 비판해 온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과 비교해 상대적 우군이 아니냐는 평가가 많았다.
37년째 장기 통치 중인 훈센 총리도 2월1일 미얀마 쿠데타 직후 "캄보디아는 아세안 회원국으로서 다른 회원국들의 국내 문제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아세안 의장국을 맡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캄보디아도 '군정 압박'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분위기다.
쁘락 소콘 캄보디아 외교장관은 지난달 아세안 정상회의 직후 로이터에 미얀마 군정에 대한 압박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소콘 장관은 "회원국들의 국내 문제 불간섭 원칙을 존중함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상황은 계속해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는 사안이 되고 있다"며 이는 아세안의 신뢰성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온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세안 특사의 미얀마 방문 및 가택 연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면담 등과 같은 군정의 '협력 제스처'가 없다면 당분간 아세안 관련 국제정상회의에서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모습을 보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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