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에 유럽 휘청…확진자 폭증에 다시 규제 고삐(종합2보)

입력 2021-11-25 12:55
'위드 코로나'에 유럽 휘청…확진자 폭증에 다시 규제 고삐(종합2보)

신규확진자 3명 중 2명은 유럽서…확산세에도 가속도

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 등 전면 봉쇄…이탈리아는 미접종자 실내 출입제한

독일 백신접종 의무화 '만지작'…덴마크, 마스크 의무화 재추진



(유럽 종합=연합뉴스) 유럽에서 연말을 앞두고 코로나19가 크게 번지자 각국이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재봉쇄와 규제 강화 등의 카드를 꺼내 드는 등 고삐를 죄고 있다.

유럽은 상대적으로 빠른 백신 접종 속도를 믿고 일찌감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로 속속 전환했다가 코로나의 '온상'이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와 함께 또 다시 혹독한 겨울을 맞게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4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의 주간 역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5∼21일 보고된 유럽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약 243만 명으로, 세계 신규 확진자의 67%에 달한다. 전 세계 코로나 신규 확진자 3명 중 2명은 유럽에 몰려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수치는 한 주 전과 비교하면 11% 늘어난 것이다.

2주 전(11월8∼14일) 보고된 유럽의 신규 확진자(약 214만 명)가 전주 대비 8%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확산세에 더 속도가 붙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인구 10만 명당 환자 발생률 역시 유럽이 260.2명으로 가장 높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백신이 코로나19 기세를 둔화하는 데 일조하긴 했지만 백신 하나만으로는 방역에 역부족이었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유럽은 백신 도입 초창기에는 접종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랐지만, 백신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이 퍼져있는 까닭에 현재는 백신 접종률마저 다른 지역에 비해 주춤한 상황이다.

유럽 대륙의 현재 백신 접종률(완료 기준)은 57%로, EU에서 탈퇴한 영국(68%)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편으로는 독일, 오스트리아처럼 백신 접종이 저조한 것이 겨울철 재확산의 주범인 듯 비쳐졌지만 실제로 '위드 코로나'로 사회 활동이 급격히 늘어난 게 결정적 한방이 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가 구글 이동량 자료를 분석한 데 따르면 유럽에서는 초가을부터 사회 활동이 치솟았는데, 이것이 바이러스 확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9월에 유통 매장, 여가 시설 등으로의 이동량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폴 헌터 이스트앵글리아대 교수는 "유럽 대륙에서 사회 활동이 많아진 게 감염률 상승을 불러왔을 수 있다"면서 "겨울에 접어든 북반구에서는 어떤 나라라도 여름보다 위험한 호흡기 전염병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꺼진 불'인 줄 알았던 코로나가 무섭게 재확산하자 유럽은 속속 다시 봉쇄로 유턴하고 있다.

오스트리아가 이미 지난 22일부터 전국적인 봉쇄에 돌입한 가운데 이웃나라 슬로바키아도 봉쇄를 결정했다. 슬로바키아 정부는 25일부터 2주간 전국적으로 봉쇄조치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실시간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전체 인구가 약 540만 명인 슬로바키아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는 이날 기준 1만315명, 신규 사망자는 71명이다.

슬로바키아는 네덜란드, 체코, 헝가리 등과 함께 연일 신규 확진자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는 중이다.



이탈리아도 내달 6일부터 백신 미접종자의 실내 공공장소 출입을 제한하는 새 방역 대책을 24일 발표하며 고삐 죄기에 나섰다.

이에 따라 백신을 맞지 않은 시민은 실내 음식점·주점은 물론 박물관·미술관·극장·영화관·헬스장 등의 문화·체육시설을 출입할 수 없게 된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도 방역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25일 발표되는 프랑스의 새로운 방역조치에는 부스터샷 대상을 40세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정부 측은 그러나 일련의 방역 강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네덜란드도 26일까지 새로운 방역 규정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일에서는 최근 부분 봉쇄 등 제한 조치 강화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백신 접종 의무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내달 독일 신임 총리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라프 숄츠 사회민주당(SPD) 총리 후보는 이날 "취약 계층을 보살피는 시설에서는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독일 정부는 확산세가 계속될 경우 이웃 오스트리아처럼 전면 봉쇄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 정부 역시 대중교통, 상점 등에서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하는 방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스웨덴은 추가접종(부스터샷) 대상을 모든 성인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의 코로나 상황이 날로 심각해지자 WHO 일각에서는 유럽이 백신 접종 의무화를 논의하기 시작할 때라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백신 의무화가 광범위한 반발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을 지적하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직 WHO 출신인 안토니 코스텔로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대 교수는 백신 의무화가 "정부와 백신을 불신하는 수많은 국민에게 거부당할 것"이며, 폭동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착용, 재택 근무, 위생 개선 등이 동반돼야 겨울철 확진자의 확산세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도 이날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백신 이외에 방역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백신이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종식했고 접종자들은 다른 예방 조처를 할 필요가 없다는 잘못된 안전 의식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백신은 생명을 살리지만 전염을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백신 접종자도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붐비는 곳 피하기, 환기 같은 기본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런던 최윤정, 브뤼셀 김정은, 제네바 임은진, 로마 전성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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