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민주 정상회의에 총통 대신 트랜스젠더 장관 참석
차이잉원 불참으로 중 자극 피하면서도 인권 선진지역 부각 노려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다음 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에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대신 '천재 해커' 출신의 성 소수자 탕펑(唐鳳·40·영어명 오드리 탕) 디지털 정무위원이 참석한다.
대만 외교부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쁜 마음으로 이번 정상회의에서 대만의 성공적 민주주의 스토리를 각국과 공유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대만 외교부는 "대만은 권위주의에 맞서 자유민주 질서를 수호하는 최전선"이라며 "국내외 시민들과 연대하고, 유사한 이념을 가진 나라들과 함께 노력해 지역 및 세계 인권을 수호하는 과정에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다음 달 9∼10일 화상으로 열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초청된 110개 국가와 지역의 이름을 공개했는데 러시아와 중국은 빠지고 대만은 포함됐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를 규합해 권위주의 체제에 맞서겠다는 취지의 바이든 대통령 대선 공약사항으로, 중국과 러시아 등을 견제하는 성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이번 행사에 차이 총통 대신 탕 정무위원이 참석하는 것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이 위험 수위까지 오른 가운데 최대한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대만의 위상을 홍보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차이 총통의 참석 여부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던 상황에서 중국과의 불필요한 추가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과 대만이 사전 조율을 했을 가능성도 크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참석자들은 ▲ 권위주의 대항 ▲ 반부패 ▲ 인권 존중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놓고 논의할 예정이다.
탕 정무위원은 트랜스젠더인 성 소수자다.
그는 대만에서 천재 핵티비스트(정치·사회적인 목적을 위해 웹사이트를 해킹하는 해커)이자 인터넷 창업가로도 유명했다.
차이 총통은 임기 첫해인 2016년 당시 35세이던 그를 정부의 디지털 업무를 담당하는 장관급 정무위원으로 발탁했다. 탕 정무위원은 대만 정부의 역대 최연소 장관급 공직자 기록을 세웠다.
대만은 2019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 커플의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법을 시행하는 등 성 소수자의 인권이 상대적으로 더 존중받는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탕 정무위원이 장관급 정무위원에 발탁 당시에도 대만에서는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그의 임명에 반대하는 여론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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