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르포]'시민군 총에 맞을라' 머리 위까지 올라간 군경초소 모래포대

입력 2021-11-25 08:00
[미얀마르포]'시민군 총에 맞을라' 머리 위까지 올라간 군경초소 모래포대

쿠데타 10개월째 도심서 초소 겨냥 총격 빈발…군경, 퇴근길 3시간 검문도

시민군, 차량 이용 군경 초소 총격 동영상 첫 배포…대담함에 군부도 긴장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쿠데타 발발 10개월째인 미얀마의 최대 도시 양곤에서 군부에 맞서는 시민방위군(PDF)의 무장 투쟁이 잇따르고 있다.

군부는 대도시 도심의 군경 초소 및 부대 방비와 검문 검색을 부쩍 강화하는 등 긴장하는 모습이다.

기자는 최근 양곤 북부의 산업도로 역할을 하는 한 도로와 이어지는 다리 부근을 지나다가 평소와 다른 경찰 초소 모습을 목격했다.

애초 초소에는 모래 포대가 경계 근무를 서는 군경의 허리 높이 정도로 쌓여 있었다.

그러나 그날 본 초소의 모래 포대 높이는 사람 키보다 훨씬 높았다.

사람 눈높이 부근에 조그만 공간들이 서 너개 뚫려 있어 안에서 밖을 내다볼 수 있는 형태였다.

주위에 물어보니 지난달 말 이 초소에 PDF의 공격이 있었던 게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PDF 대원들이 차를 타고 지나가며 초소를 향해 총을 쐈고, 경계 근무 중이던 군인 한 명이 숨졌다는 것이다.

관영 언론에서는 발표되지 않았던 사건이라, 이를 모르고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은 갑자기 높아진 모래포대 높이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 9일에는 양곤 미양곤구의 한 간선도로 사거리에 있는 교통경찰 초소에 PDF의 총격이 가해졌다는 내용이 현지 SNS에 올라왔다.

역시 PDF 대원들이 차를 타고 가며 초소에 총을 쏜 것이었다.

사흘 전 기자가 찾아가 본 초소에는 녹색 천막이 처져 있었다. 주변 도로를 막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기자가 직접 목격한 것 외에도 SNS에는 PDF 공격을 막기 위해 양곤 곳곳의 경찰 초소나 군부대 입구에 방비가 강화된 모습이 올라와 있다.



모래 포대를 머리 위 높이까지 쌓아 올린 것은 기본이고, 그 바깥으로 대나무를 엮은 판자 같은 것을 대기도 했다.

머리 위 공간도 완전히 막아 마치 초소를 꽁꽁 싸매다시피 했다.

총탄 공격은 물론, 머리 위로 떨어질지 모르는 사제 폭탄을 막기 위한 모습이다.

과도할 정도의 '방어'는 PDF의 무장 투쟁이 강화되면서 군부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PDF는 최근에는 도심 공격 장면을 담은 동영상까지 SNS에 올릴 정도로 대담해졌다.

지난달 23일 양곤항과 가까운 찌밍다인구에서도 차량을 이용한 PDF의 총격으로 초소를 지키던 군인 한 명이 사망했다.

차량을 타고 가면서 시민방위군(PDF) 대원들이 도심 경찰 초소를 공격하는 동영상. PDF가 이같은 영상을 공개한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PDF는 그 총격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SNS에 올렸다.

PDF가 군경 초소에 대한 공격 장면을 촬영한 뒤 온라인에 공유한 것은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후 비슷한 PDF 공격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PDF가 대담성을 띠면서 군경의 PDF 단속도 비례해 강화되고 있다.

경찰 초소 피격 사건이 발생한 지난 9일 양곤 도심에서는 군경이 대대적인 검문 검색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심 교통이 3시간 가까이 꽉 막혀 퇴근길의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당시 도로에 갇혔던 꼬 나잉(가명) 씨는 기자에게 "도로 양쪽을 다 막은 채 날도 더운데 시동도 끄라고 하고, 창문도 내리지 못 하게 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양곤에서도 PDF 활동이 활발해지니 군경이 막무가내로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경은 초소를 공격한 PDF들을 쫓았지만, 체포에 실패했고, 그들이 버리고 간 차량만 불태웠다. 차량은 앙상한 뼈대로 도로에 방치돼 있다.

도심 총격으로 예기치 못한 민간인 피해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5일 양곤 탄더빈구의 군경 초소가 PDF의 습격을 받아 군경 3명이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근처를 지나던 여성 시민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현지 매체 미찌마는 전했다.

이 사건 이후로 PDF는 SNS를 통해 군경이 탄 차량이나 군경 초소 근처로는 다니지 말 것을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국가행정평의회(SAC)에 의해 미얀마에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지 10개월째에 접어들었다.

군부와 반군부 진영간 평화적 해법의 접점은 보이지 않는다.

양곤 도심의 군경 초소에서 목격된 머리 위 높이 모래 포대는 반군부 무장 투쟁이 앞으로 더 격화할 것임을 보여주는 징조로 읽혔다.

202134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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