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첨단반도체 계획 철회시 중국에 쓰라린 고통될 것"
홍콩언론 "중국 반도체자립 야심, 미국 제동에 새로운 역풍"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국이 중국 공장에 최첨단 반도체 장비를 배치하려는 SK하이닉스의 계획에 제동을 걸면서 중국의 반도체 자립 야심이 새로운 역풍을 만났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앞서 지난 18일 로이터 통신은 SK하이닉스가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 D램 반도체 공장에 초미세공정 핵심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배치하려고 계획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좌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 증대에 악용될 수 있다며 첨단 장비와 기술의 중국 수출을 막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 공장에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이 독점 생산하는 EUV 노광장비를 설치해 반도체 제조 공정의 수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을 방문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22일 방송된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첨단기술로서 민감하고 국가안보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SCMP는 "SK하이닉스가 우시 공장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 확대 계획을 철회한다면 미국의 기술 제재 속에서 반도체 등 전략적 기술의 자립을 밀어붙이는 중국에 쓰라린 고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시 당국은 지난달 초 SK하이닉스 공장을 중심으로 한·중 반도체 공원 조성을 축하하는 대규모 행사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대만 경제연구소의 애리사 류 연구원은 미국이 SK하이닉스나 대만 TSMC 등 다른 나라 반도체 기업에 대중 제재 동참을 압박하는 가운데 "외국 반도체 기업이 중국에 공장을 짓거나 시설 증대를 계획할 경우 오직 성숙 공정 기술만 허용될 것임이 더 분명해졌다"고 SCMP에 말했다.
미국은 앞서 중국 반도체 회사 SMIC(中芯國際·중신궈지)가 EUV 노광장비를 구매하려는 것에도 제동을 걸었다. 다만 SMIC는 이를 부인한다.
중국은 수년간 EUV 노광장비 개발에 매진했으나 여전히 성공하지 못했다.
자산운용사 게이브칼의 틸리 장 분석가는 지난 23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사실상 모든 최첨단 반도체가 미국 기술에 기반해 제조되고 있어 미국은 최첨단 기술의 중국 수출을 막을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중국 기업들이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시설 건립에 필요한 장비를 사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CMP는 "일각에서는 중국 공장들이 현재는 성숙공정에 해당하는 28㎚(나노미터)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어 당장은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미국이 삼성이나 TSMC에 미국 땅에 공장을 지으라고 촉구하는 등 미국의 대중국 수출 금지가 결국에는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의 입지를 해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애리사 류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자국으로 장비를 들여오는 데 제동이 걸린 이들 외국 기업들이 대안으로 다른 지역을 고려하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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