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는 만악의 근원" 에르도안 역주행에 터키리라 사상 최저
장중 1달러당 12.0580리라에 거래…지난주 초보다 20% 폭락
금리인하 거부하는 중앙은행 총재들 경질…"경제 독립전쟁 성공할 것"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터키 리라화의 가치가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1달러당 12리라 선이 깨졌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오전 터키 외환시장에서 1달러는 12.0580리라에 거래됐다. 이는 리라화 가치가 올해 초와 비교할 때는 약 40%, 지난주 초와 비교하면 20%가량 폭락한 것을 의미한다.
리라화 가치가 급락한 것은 터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으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금리 인하 옹호 발언이 이를 부채질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내각회의 후 연설에서 "금리 정책이 물가상승을 억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옹호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와 저환율의 악순환 대신 투자와 생산, 고용, 수출에 초점을 맞춘 경제 정책으로 터키를 위해 올바른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터키를 약하게 하고 국민을 빈곤과 실업, 기아에 몰아넣을 정책을 거부한다"며 "터키는 경제 독립 전쟁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가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독특한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 통화량이 증가해 물가가 상승하고, 외화 대비 자국 통화의 가치가 하락한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시중 통화량이 감소해 물가가 하락하고, 외화 대비 자국 통화의 가치는 상승한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는 만악의 부모"라는 발언을 해왔으며, 공개적으로 중앙은행에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그는 금리 인하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중앙은행 총재를 경질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속적인 요구에 중앙은행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19%에서 18%로 인하했으며, 지난달에도 18%에서 16%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어 지난 19일에는 또다시 기준금리를 15%로 1%포인트 인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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