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접경 난민들, 벨라루스 임시수용소로 이주…위기 완화(종합)

입력 2021-11-20 00:24
수정 2021-11-20 00:47
폴란드 접경 난민들, 벨라루스 임시수용소로 이주…위기 완화(종합)

"물류센터 개조한 수용소에 2천명 수용"…이라크인 400여명은 본국행

EU, 계속 난민 수용 거부…폴란드, 벨라루스와 도로·철도 운송 중단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에 머물고 있던 난민 대다수가 접경 지역을 벗어나 벨라루스 당국이 마련한 인근의 임시 수용소로 옮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19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 등에 따르면 양국 국경의 '브루즈기-쿠즈니차' 검문소와 인근 벨라루스 영역의 숲속에 설치됐던 임시 캠프가 텅 비었다고 폴란드 국경수비대가 밝혔다.



앞서 이곳에선 난민 수백 명이 머물면서 수시로 폴란드 쪽으로 월경을 시도해 폴란드 국경수비대원들과 충돌했었다.

하지만 전날 벨라루스 당국이 국경 인근의 물류 창고를 이용해 만든 임시 수용소로 난민들을 대거 이주시키면서 국경 검문소 인근의 난민 캠프가 텅 비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 국경수비대가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에는 인적이 없어진 난민 캠프와 운송 창고로 이동하는 난민 행렬의 모습이 담겼다.

벨라루스 당국은 약 2천 명의 난민을 임시 수용소로 옮기고 음식과 차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지역의 대규모 무력 충돌 위기는 일단 해소됐다.

벨라루스 측의 조치는 지난 17일 이루어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대행 간 전화 통화 합의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통화에서 국경 지역 난민들에 임시 수용소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5천 명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고, 다른 2천 명은 독일이 받아줄 것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탈리야 에이스몬트 벨라루스 대통령 공보실장은 현재 벨라루스에 약 7천 명의 난민이 남아있다고 소개했다.

국경 지역 난민들이 대부분 임시 수용소로 들어갔지만, 일부는 여전히 국경 근처에 머물며 월경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 당국은 19일 새벽에도 난민들이 불법 월경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은 "지난 밤도 이전 밤들과 다르지 않았다. 국경에 대한 공격 시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난민들이 대규모로 한꺼번에 국경을 뚫으려는 대신 10~수십 명으로 이루어진 소규모 그룹들이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월경을 시도하는 새로운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앞서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지역에 머물던 400여 명의 쿠르드계 이라크 난민들은 EU행을 포기하고 18일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 대변인은 이날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출발해 이라크 에르빌에 도착한 첫 난민수송 여객기에 431명이 탑승했다고 전했다.

폴란드 당국은 오는 21일부터 벨라루스-폴란드 국경검문소 '브루즈기-쿠즈니차'를 통과하는 철도 운송을 중단한다고 통보해 왔다고 벨라루스 국경수비대가 19일 밝혔다.

폴란드 당국은 전날 난민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브루즈기-쿠즈니차 검문소를 통한 철도 운송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었다.

폴란드는 앞서 9일 이미 브루즈기-쿠즈니차 검문소를 통과하는 도로 운송도 중단한 바 있다.



독일과 폴란드 측은 여전히 난민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은 "압력에 굴복해 난민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는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사악한 전략 목표가 실행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폴란드 정부도 난민들에게 유럽연합(EU) 국가로 이동할 수 있는 탈출로인 이른바 '인도주의 회랑'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U는 벨라루스가 서방의 자국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와 공조해 난민 문제를 조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벨라루스 내 난민 사태는 지난 9월께부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시리아 등 중동 지역 출신 난민들이 EU 국가로 입국하기 위해 벨라루스로 들어와 인접한 폴란드·리투아니아·라트비아 등의 국경을 넘으려 시도하면서 불거졌다.

그러다 이달 8일 벨라루스 내에 체류하던 난민 수천 명이 한꺼번에 폴란드 쪽 국경으로 몰려들어 월경을 시도하면서 위기가 고조됐다.

폴란드는 국경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경과 군사 장비들을 증강 배치해 난민들과 대치하고 있다.

EU는 지난해 대선 부정 의혹으로 서방 제재를 받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정권이 EU에 부담을 안기고, EU 회원국 내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일부러 난민을 불러들여 EU 국가들로 내몰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벨라루스 동맹국인 러시아가 난민을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공격'을 기획하고 벨라루스를 부추기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벨라루스와 러시아는 난민 사태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에스토니아의 에바-마리야 리이메트스 외무장관은 지난 17일 루카셴코 대통령이 난민 사태 해결 조건으로 EU가 벨라루스에 가한 제재를 풀고 자신이 승리한 지난해 대선 결과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19일에도 전화 통화를 하고 벨라루스-EU 국경 난민 문제를 논의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양국 정상은 난민 저지를 위해 무력을 행사하고 특수장비를 사용하는 폴란드 국경수비대원들의 용납될 수 없는 무자비한 행동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정상들은 또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벨라루스와 EU 당국 간 직접 소통 채널 구축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크렘린궁은 전했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