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장관 "공급망-환경문제 공동대응"…'노동권 협력' 별도 논의(종합)
미 USTR 대표 11년만에 방한…FTA 이행상황 점검-신통상의제 협력채널 협의
한미 FTA 공동위원회서 "한국, 가장 소중한 교역 파트너이자 가까운 동맹"
노동장관 만나 "강제·아동 노동 심각히 바라봐"…'중국 겨냥' 해석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윤보람 기자 = 방한 중인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9일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잇따라 회동했다.
미 USTR 대표의 한국 방문은 2010년 11월 론 커크 당시 USTR 대표가 방한한 이후 11년 만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래 경제통상 분야 각료의 첫 한국 방문이기도 하다.
타이 대표는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통상장관으로서 바이든 정부의 통상정책을 끌고 나가는 주요 인사이며, 직전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기에는 미 의회 차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방지에 기여한 바 있다.
이번 방한의 주된 목적은 통상장관 회담이지만 타이 대표는 노동부 장관과의 별도 면담을 통해 양국 간 노동권 향상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미국 통상장관이 우리 측 노동장관을 만나는 것은 이례적으로, 그간 미국 정부가 노동자 중심의 무역정책을 강조해 온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 한미 통상장관, 11년 만에 서울 회담…"공급망·환경문제 공동대응"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타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제6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번 한미 FTA 공동위는 2012년 발효된 한미 FTA의 10주년인 내년 3월을 앞두고 FTA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양국 간 통상현안을 논의하는 통상장관 회담 성격으로 마련됐다.
그간 한미 FTA 공동위는 2012년 5월 1차, 2013년 10월 2차, 2014년 12월 3차, 2017년 1월 4차, 2020년 4월 5차 회의가 열린 바 있다.
두 사람은 이날 한미 FTA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공급망·환경문제 등 새로운 통상 의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협력채널 신설 방안을 협의했다.
여 본부장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한미 FTA 비준 이후 양국 간 교역량은 26% 증가했고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는 2배 이상 늘었다"며 "특히 팬데믹이 이어지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미 FTA는 양국의 견실한 교역 및 투자 협력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공동위가 공급망, 기술, 기후변화, 백신, 디지털 무역 등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치 있는 플랫폼이자 더욱 강력한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타이 대표는 "한국은 미국의 가장 소중한 교역 파트너이자 가장 가까운 동맹국 중 하나"라며 "한미 FTA는 이러한 긴밀한 관계를 계속해서 반영할 뿐 아니라 더욱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동위를 통해 공급망 회복력, 노동자 권리, 환경 보호 등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주요 문제와 도전 과제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며 "오늘 공동위의 의제는 이러한 새로운 종류의 대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비공개로 이어진 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공급망, 기술, 디지털, 기후변화 등 다양한 신(新)통상 의제와 관련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미 FTA 체계에서 해당 의제들을 심도 있게 논의·협력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하기로 협의했다.
한미 양국은 내년에 10주년을 맞는 한미 FTA가 그간 양국의 경제통상 관계 증진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양국의 굳건한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미래지향적 파트너십을 형성하는데 한미 FTA가 계속해서 중요한 역할과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양국 통상당국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미 양국은 FTA 이행과 관련해 비자, 원산지 증명, 디지털 시장, 농업 분야 신기술 등 상호 관심 분야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고 향후 이들 사안을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에 상사주재원 비자(L비자) 체류 기간을 현재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국내 항공사의 항공기부품 무관세 수입을 위해 미국 업체들이 원산지증명서 발급에 협조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우리 정부는 미국의 철강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제도 개선과 조속한 협상 개시를 재차 요구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상무장관 회담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간 철강 232조 조치 협상이 타결된 만큼 한국산 철강에 대한 할당량(쿼터) 확대 및 운영의 신축성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양국은 공동위 직후 한미 양국의 주요 기업 등 이해관계자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민관합동 세션'을 진행했다. 기업 측에선 GM, CJ, 3M,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한국무역협회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물류 차질 등을 해소하기 위한 공급망 복원 방안과 함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 추세에 맞춰 양국 정부와 기업 간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 한미, 노동권 향상 협력 방안도 논의…내년 상반기 노동협의회 개최
타이 대표는 앞서 오전 서울지방노동청에서 노동부 장관을 만나 노동권 향상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안 장관은 비공개 면담에서 근로자들의 노동 기본권을 향상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마련된 한미 FTA 노동 챕터를 언급하면서 "한국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3개 핵심 협약을 비준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노동 기본권을 신장했다"고 소개했다고 노동부가 밝혔다.
타이 대표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노동자 중심 통상 정책을 소개한 뒤 국제노동기준을 더 높이기 위해 양국이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타이 대표는 또 "바이든 행정부는 자유무역 과정에서 어느 노동자도 소외당하거나 피해받지 않도록 하는 '노 원 레프트 비하인드'(no one left behind) 정책을 최우선으로 추구한다"고 강조했다고 한 배석자가 전했다.
이 배석자에 따르면 타이 대표는 노동권 증진과 관련해 "미국은 강제노동, 아동노동을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미국과 한국은 외교·국방 분야처럼 노동 분야에서도 (강제노동·아동노동을 막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자"고 언급했다.
미국은 현재 중국에 대한 경제 포위망을 완성하기 위해 미국 중심의 경제동맹체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날 두 사람 면담에서 중국 언급은 일절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미 FTA 노동 챕터에 담긴 내용이 새삼스럽게 화두에 오르고 강제노동·아동노동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타이 대표는 이날 면담에서 서울 도심에서 여러 차례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집회시위법·감염병예방법 위반)로 구속기소된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과 관련해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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