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성폭력 은폐' 블리자드 CEO 퇴진 요구…엑스박스도 비판

입력 2021-11-19 11:40
'사내 성폭력 은폐' 블리자드 CEO 퇴진 요구…엑스박스도 비판

블리자드 주가 하락…JP모건, 목표주가·투자의견 하향 조정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대형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이하 블리자드) 최고경영자(CEO) 보비 코틱이 사내 성희롱 사건을 은폐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퇴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블리자드 직원들은 코틱 CEO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청원 운동에 나섰고 한 주주 그룹은 이사회에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저널은 지난 16일 블리자드 직원들의 폭로 내용을 인용해 그가 2018년 직장 상사의 여직원 성폭행 사건을 알면서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은 채 은폐했다고 보도했다.

블라자드 직원 800여 명은 청원에서 "우리는 코틱을 더는 신뢰하지 않는다"며 "코틱은 스스로 물러나야 하고 주주들이 새 CEO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직원 100여 명은 코틱 CEO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블리자드 주식 480만 주를 보유한 SOC 투자그룹도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코틱 CEO 가 사내 성희롱, 성폭행, 성차별 사건을 알면서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며 연내 퇴진을 압박했다.

앞서 블리자드는 직장 내 성희롱과 여성 직원 차별 문제가 드러나며 연방정부와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잇따른 조사를 받았고 소송에도 휘말렸다.

블리자드는 사태 방치의 책임을 물어 J. 앨런 브랙 사장을 경질했고 성희롱 사건에 연루된 직원 20여 명을 해고했으나 코틱 CEO의 책임론으로 번지진 않았다.



하지만, 그가 성폭력 사건을 덮었다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면서 퇴진론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블리자드 주요 협력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박스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도 코틱 CEO에 등을 돌리며 비판에 가세했다.

엑스박스 필 스펜서 대표는 코틱 CEO의 성폭행 사건 은폐 의혹과 관련해 "이런 행동은 우리 업계에서 설 자리가 없다"며 블리자드와 사업 관계를 재고하겠다고 경고했다.

플레이스테이션 짐 라이언 대표도 블리자드가 사내 성희롱과 차별 문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엑스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은 비디오게임 양대 콘솔업체다.

특히 블리자드가 개발한 비디오게임 대부분은 엑스박스 콘솔에서 가동되기 때문에 엑스박스의 이번 입장 표명은 코틱 CEO의 퇴진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블리자드 주가는 'CEO 리스크'가 불거지며 미끄러졌다.

블리자드는 이날 뉴욕 증시에서 2.38% 하락한 62.67달러로 장을 마쳤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블리자드 목표 주가를 100달러에서 88달러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콜 오브 듀티',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 등을 제작한 블리자드는 일렉트로닉아츠(EA)와 함께 미국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액티비전과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시에라엔터테인먼트 등 유명 게임 개발업체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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