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회견 어깃장이 배려?…"일본이 할 말 하면 한미 곤란"
외무성 간부 마이니치신문에 언급…다른 간부 "최악의 타이밍에서 폭거"
아사히신문, 종전 선언에 "일본측은 신중한 자세"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측은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이유로 한미일 공동 기자회견을 무산시킨 것이 한국과 미국을 배려한 조치라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공동 기자회견을 하면 일한(한일) 관계에 질문이 집중되고 일본은 할 말을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나 한국은 곤란할 것"이라며 모리 다케오(森健良) 외무성 사무차관의 회견 불참이 외교적으로 상대를 배려해서 고뇌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신문은 만약 일본이 독도 방문을 용인할 수 없다며 회견에서 항의하는 발언을 하면 한미일 3국 협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일본 측은 김 청장의 독도 방문 직후 미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한일 차관이 나란히 참석하면 일본이 김 청장의 독도 상륙을 용인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고 마이니치는 덧붙였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김 청장의 독도 방문에 대해 외무성 간부가 "최악의 타이밍에서 폭거"라고 반응하며 화를 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의 의제로 주목받았던 한국 전쟁 종전 선언 구상에 관해 아사히(朝日)신문은 한일 간 입장 차이에 주목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비핵화 협상의 정체 국면 타개를 꾀하려고 종전 선언을 제안했으나 "일본 측은 신중한 자세"였다고 보도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副)장관, 모리 사무차관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를 열었다.
애초 이들은 협의 종료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으나 예정과 달리 셔먼 부장관이 홀로 회견자로 나섰다.
최 차관은 "일본 측이 우리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 문제로 회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고 공동 기자회견이 무산된 이유를 설명했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일본 관방장관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를 둘러싼 사안에 관해 우리나라의 입장에 비춰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 한국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는 가운데 공동 기자회견을 실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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