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에너지 안정이 전제"…중국 '저탄소 드라이브' 약화
경기둔화·전력난 속 다시 '석탄경제'로…에너지 소비통제 뒷전 밀려
시진핑 요구로 추진된 '운동식' 정책 현실의 벽 부딪혀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강력히 밀어붙인 '저탄소 드라이브' 동력이 급속히 약화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석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서둘러 개선하고 능동적 저탄소 노력을 부각해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확보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일선 경제 현장에서 수용이 어려운 이상적 목표를 고수하다가 전력 대란이라는 일대 혼란이 초래되자 결국 경제와 민생 안정이 다시 최우선 정책 기조로 부각되고 있다.
18일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16일 세계경제포럼(WEF) 주최 포럼에 화상 연결 방식으로 참석해 "최근 전력과 석탄 등 에너지 공급 긴장과 관련해 우리는 일련의 조처로 에너지 공급 보장을 강화했다"며 "이미 효과적으로 (에너지 공급 긴장이) 완화됐고 앞으로도 잘 보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실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출발해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전제로 한 가운데 균형 있고 질서 있게 저탄소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 총리의 이번 발언은 최근 전력 대란 사태를 겪고 나서 중국이 안정적 에너지 공급과 저탄소 전환이라는 상충하는 정책 목표 사이에서 전자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음을 보여준다.
리 총리의 '현실에서 출발해' 발언은 시 주석의 주창을 계기로 당·정이 '운동식'으로 밀어붙이던 저탄소 정책이 최우선 순위에서 밀려났음을 시사한다.
시 주석이 작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자국의 탄소 배출량이 2030년까지 정점을 찍고 내려가 2060년에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을 계기로 중국에서는 저탄소 녹색 성장이 최우선 국정 기조 중 하나로 부상했다.
중국 당국은 과거 후순위로 밀리던 '에너지 소비 이중 통제'(能耗雙控) 목표 달성에 혈안이 됐다.
3분기 '에너지 소비 이중 통제' 실적 점검을 앞둔 각 지방 정부가 앞다퉈 중앙이 하달한 목표 달성을 위해 관내 산업시설에 전기를 제한 공급하고 나선 가운데 중국 전력 생산의 약 70%를 책임지는 석탄 수급난까지 더해지면서 9월 중순 이후 중국 전역에서 전력 대란이 벌어졌다.
전력난이 헝다(恒大) 사태로 인한 부동산 경기 위축과 더불어 중국 경제 안정을 위협하는 최대 변수로 떠오르자 중앙 정부는 전력 대란 책임을 지방의 경직된 '운동식' 집행 탓으로 돌리면서 대대적인 석탄과 전력 증산을 명령하면서 이달 들어 전력난은 기본적으로 해소된 상태다.
중국의 에너지 소비 통제 완화는 강력히 억제되던 석탄 경제의 부활을 의미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당국의 대대적 증산 요구 속에서 지난 10월 석탄 생산량은 3억6천만t으로 2016년 3월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많았다.
올해 들어 작년 동월 대비 석탄 생산 증가율은 대부분 달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10월에는 4.0%로 반등했다. 이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한 중국의 석탄 감산 노력이 크게 후퇴했음을 보여준다.
중국이 대대적 석탄 증산을 통해 전력난을 일단 진정시켰지만 전력 및 난방용 석탄 소비가 급증하는 겨울철을 맞아 공급은 여전히 빠듯해 중국 정부는 계속해서 석탄 증산을 강력히 추진할 태세다.
한정(韓正) 부총리는 지난 16일 '올겨울과 내년 봄까지 난방·전력 보장 업무에 관한 회의'를 주재하고 전력 등 에너지 공급 상황이 기본적으로 평상시 상태를 되찾았다고 평가하면서도 계속해서 발전용 석탄과 천연가스 공급을 늘리라고 지시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국무원은 17일 리 총리 주재로 상무 회의를 열고 인민은행의 재대출 정책 도구를 통해 석탄 사용 과정에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오염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2천억 위안(약 37조원)의 저리 자금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국무원은 "우리나라 에너지가 석탄 위주라는 현실에서 출발해 석탄의 청정·고효율 이용 수준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중국이 친환경 에너지 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현실적으로 석탄에 장기간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국은 지난 3월 공개한 14차 5개년 경제계획(14·5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비화석 에너지 사용 비중을 현재의 15% 수준에서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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