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감축하자더니'…美, 석유회사에 역대 최대면적 임대
COP26 폐막 며칠만…"걸프만의 탄소 폭탄" 등 비판 비등
바이든 정부 "법원 결정 따를 수밖에 없어" 해명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석유·천연가스회사에 역대 최대 규모의 연안을 임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폐막한 지 며칠 지나지 않은데다가, 탄소 감축을 주 내용으로 하는 '기후 조약'과 배치되는 탓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행정부가 17일(현지시간) 석유·천연가스회사들에 멕시코만 일대 8천만 에이커(32만3천748㎢)를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지하자원 시추를 위한 이번 계약은 연안 임대로는 미국 역대 최대라고 WP는 전했다.
이번 리스는 최초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기획됐다. 당시 분석에 따르면 이번 계약으로 향후 수십 년간 최대 11억 배럴의 석유와 4조4천200억 세제곱피트의 천연가스가 추가로 생산된다.
관련 업계는 경제와 환경에 모두 호재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시추업체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전미해양산업협회 에릭 밀리토 회장은 "지난 8월 허리케인 아이다로 입은 피해를 복구하고, 834만 개의 일자리를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계약은 지난 13일 COP26가 끝난 지 불과 4일 만에 나왔다. 특히, 미국은 COP26에서 기후 리더 역할의 복귀를 자처했다는 점에서 시선이 곱지 않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틀 전 뉴멕시코의 부족 유적지인 차코 캐니언 일대에 석유와 가스 시추를 20년간 금지하자고 제안한 것과도 배치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안팎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미 하원 천연자원위원회 의장인 민주당 라울 그리잘바 의원은 "정부가 스코틀랜드에 가서는 미국의 기후 리더십 귀환을 세계에 알리고, 지금은 화석연료 회사에 멕시코만 일대를 넘겨주려 한다"고 비판했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는 이번 리스로 7천2천300t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미국 석탄 발전소의 70% 이상을 1년간 가동하는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애런 와이스 서부우선순위센터(Center for Western Priorities) 부소장은 "이것은 걸프만에 있는 탄소 폭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COP에서 제시된 내용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정부는 이번 계약은 법원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모든 공공 토지 및 수역에 대한 신규 임대 판매를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 지난 6월 루이지애나 연방법원이 의회 승인이 없는 중단 명령은 잘못이라고 판결했다는 것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정부는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 항소했지만, 일단은 법원 판결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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