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 원전에 다시 눈길 줘도…메르켈 "탈원전이 옳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프랑스, 영국 등이 '탄소 중립' 정책의 일환으로 원전으로 다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주변국의 이런 분위기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메르켈 총리는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탈원전'이 자국 경제를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들지라도 탈원전이 옳다고 강조했다.
이미 임기가 종료돼 곧 자리에서 물러나는 메르켈 총리는 이날 유럽연합(EU)이 원전에 대해 "지속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석탄과 원전에서 점차 벗어나 에너지 전환을 이루는 일이 야심차고도 매우 힘겨운 과업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제대로만 한다면 한번 해 볼 만 한 가치가 있다"고 역설했다.
16년간 독일을 이끌어 온 메르켈 총리는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탈원전을 주창했고 독일 국민 대부분도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탈원전으로 석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바람에 독일은 지난해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40% 줄이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산업계와 가계의 전기세 부담도 많이 늘어났다.
메르켈 총리는 2038년까지 석탄 사용에서 점차 벗어나기 위한 정책을 밀어붙이면서도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한 투자를 게을리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총선에서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CDU)을 누르고 승리한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 등은 석탄 화력 발전소 운영 중단 시한을 2030년으로 앞당기려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 에너지 산업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현재 추세로는 탄소배출 억제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싱크탱크인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에 따르면, 독일 에너지 산업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의 17%에서 지난해에는 45%로 높아졌다.
또 같은 기간 석탄을 이용한 전력 생산 비중은 42%에서 23%로 떨어졌고, 원전 비중은 11%까지 반감됐다.
EU 행정을 담당하는 유럽위원회는 현재 EU의 지속가능한 투자 계획 아래서 어떤 에너지 분야에 재정을 지원할지를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로이터는 지난 3월 입수한 문건을 통해 전문가들이 화석연료처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을 '지속 가능하다'는 쪽으로 분류하려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런 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지만 "유럽위원회가 일단 계획안을 내놓은 이상 그것을 막기는 어렵다"며 이를 막기 위해 19개 EU 회원국들을 설득하기가 힘들다는 점을 시인했다.
EU의 정책 결정은 28개 회원국 중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우리 독일은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원전을 풍력 또는 태양광처럼 깨끗한 에너지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면서 "프랑스는 원전을 '임시방편'으로 여기지만, 우리는 천연가스를 임시방편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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