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협의 "매우 만족"한다는 美…카드 실행엔 원론 반복

입력 2021-11-18 11:14
종전선언 협의 "매우 만족"한다는 美…카드 실행엔 원론 반복

북 '외교로 해결·대북제재 이행' 원칙론 고수…한미 논의엔 "협상 계속"

북 반응 염두 둔 신중론 해석도…미 조야선 종전선언 우려도 나와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이 17일(현지시간) 한국전 종전선언 논의와 관련해 "매우 만족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워싱턴DC 국무부에서 한미일 외교차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한일과의 종전선언 관련 협의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북미 협상 재개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종전선언 카드는 탄력을 잃은 듯했지만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를 다시 꺼내든 뒤 한미 간 대북 정책의 최우선 협의 대상으로 부상했다.

불과 2개월도 못 되는 기간에 한미 외교 당국 간 각급에서 양국을 오가는 연쇄 협의가 속도감 있게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셔먼 부장관의 이날 언급은 미 당국자가 지금까지 내놓은 메시지 중 가장 긍정적인 표현으로 보인다. 그간 미 당국자는 '긴밀 협의'에 방점이 있었다.

특히 이 발언은 지난 14일 미국을 방문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지금 연말 국면이고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한 것과 맞물려 상당한 진전의 결과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수 있다.

다만 셔먼 부장관의 발언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종전선언 카드를 당장 활용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만족의 대상은 종전선언이 아니라 한국, 일본 등과의 협의다.

이날 회견에서 있었던 3번의 질문 모두 종전선언 관련 내용이 포함될 정도로 관심도가 높았지만 셔먼 부장관은 '매우 만족'이란 표현 외에는 "계속된 협의 기대", "좋은 협의 계속" 등 종래 입장에서 더 나아가지 않았다.

또 외교와 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피력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이행 필요성을 동시에 강조해오던 내용도 반복했다.



한 마디로 협의 상황에 매우 만족하지만 아직은 북한에 전향적 제안을 할 정도로 여건이 성숙하지 않은 만큼 미국의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상태라는 의미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이 선결조건 없이 대화 테이블로 나서면 그 후에 종전선언은 물론 제재 완화 등 모든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선 종전선언을 대북 유인책으로 먼저 제시하려면 신중한 검토와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계속 협의'라는 표현은 말 그대로 보면 종전선언 카드 활용에 있어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 조야에선 종전선언을 하면 당장 유엔사령부의 지위가 불안해지고 이 문제는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나온다.

아울러 셔먼 부장관의 언급은 종전선언을 놓고 한미 간 이견이 있다는 논란을 일정 부분 불식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말 종전선언과 관련한 질문에 "우리는 각각의 조치를 위한 정확한 순서 또는 시기, 조건에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대답해 이견을 드러냈다는 해석을 낳았다.

동맹 복원을 대미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둔 조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 혈맹인 한국과 의견 차를 드러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다.

이와 달리 한미간 종전선언 문제를 놓고 한미가 상당한 접점을 찾았지만 북한의 반응을 염두에 두고 미국이 대외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취한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한미가 어렵사리 비핵화 대화의 불씨를 살릴 유인으로 종전선언을 제시했는데, 북한이 호응하지 않을 경우 수포로 돌아가는 허탈한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북한의 의중을 살핀 뒤 상황이 무르익었다고 판단할 때에 이 카드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일 수 있다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까지 성사될 정도로 기대치가 한껏 높았지만 결국 치밀한 준비 없이 회담에 임했다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전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일 수도 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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