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차기 대통령은 누구…드라기·베를루스코니 등 물망
마타렐라 대통령 연임 포기 기정사실화…정치권, 후보자 논의 본격화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세르조 마타렐라(80) 이탈리아 대통령의 임기 만료가 임박하면서 정치권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자 추천 논의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마타렐라 대통령이 내년 2월부로 7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그동안 공개 석상에서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로마 시내에 퇴임 후 거주할 집을 알아보는 등 이미 퇴임 준비에 들어갔다는 설도 있다.
정치권에서도 마타렐라 대통령의 연임 포기를 기정사실로 하는 가운데 차기 대통령 후보 추천을 위한 좌·우파 진영 간 '힘겨루기'가 가열되는 분위기다.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은 마리오 드라기(74) 현 총리다. 경륜과 국가기여도 등 여러 측면에서 국민통합의 상징인 대통령직에 적임자라는 평이다.
1948년 이탈리아 공화국 수립 이래 전직 총리가 대통령 후보로 추천된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현직 총리로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크다.
다만 드라기 총리가 실제 대통령직으로 옮겨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 2월 취임 이후 '좌·우 동거 내각'을 이끌어온 드라기 총리가 대통령직을 맡고자 물러날 경우 이는 또 다른 정국 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좌·우파 정당들이 차기 총리 인선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새 대통령 취임 직후 내각이 붕괴하며 조기 총선을 치르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2018년 구성된 현 의회의 공식 임기는 2023년까지다.
실제 경제·산업계에서는 드라기 총리가 다음 총선까지 안정적으로 정국을 운영하면서 현재 추진 중인 '포스트 팬데믹'의 경제·사회 구조개혁을 본궤도에 올려놔 주기를 바라는 의견이 많다.
대통령직에 대한 드라기 총리의 의중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언론의 관련 질의에는 "현재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반복하고 있다.
드라기 총리 외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도 물망에 오른다. 베를루스코니의 정치적 기반인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가 우파 진영 단일 후보로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FI 소속 마리아스텔라 젤미니 지방정책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베를루스코니의 대통령직 도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그가 후보로 나서면 우파 진영 전체의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를루스코니는 건설·미디어 그룹을 거느린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1990∼2000년대 총리를 세 번이나 지내는 등 이탈리아 정계의 한 시대를 주름잡은 인물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계의 추문제조기'라는 별칭에서 보듯 여러 비리와 성추문에 연루됐다. 현재도 관련 재판을 받고자 법정을 드나드는 처지라 대통령직의 명예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는 평도 많다.
당장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PD)을 비롯한 좌파 진영은 베를루스코니의 대통령 후보 추천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밖에 당적이 없는 마르타 카르타비아(56) 현 법무부 장관도 유력 대통령 후보자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된다. 순수 법률가 출신인 카르타비아 장관은 역사상 첫 여성 헌법재판소장이자 법무장관이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으며, 법조계 안팎에서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대통령은 국민의 직선제가 아닌 의회를 통한 간접 선거 방식으로 선출된다. 임기는 7년이며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평시에는 다른 내각제 국가와 마찬가지로 상징적인 국가수반의 역할에 머문다. 하지만 연립정부가 붕괴하는 등의 비상 정국에서는 의회 해산, 차기 총리 후보자 지명 등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다.
대통령 선출 투표는 내년 1월께 지역 대표 58명이 소집된 가운데 상·하원 합동으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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