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언론 "미국, 정상회담서 중국에 비축유 방출 요청"
"양국 에너지 부처가 세부사항 협의 중"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비축유 방출을 요청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7일 보도했다.
SCMP는 "정상회담 동안 경제협력 논의의 일환으로 미국이 치솟는 국제 원유가 안정을 위해 중국에 비축유를 방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전했다.
이 소식통은 "현재 양국 에너지 부처가 세부사항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미국의 요청에 대해 열려있으나 자국내 수요에 대한 고려를 해야한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비축유 논의는 앞서 지난 13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간 전화 통화에서도 거론됐다고 SCMP는 전했다.
소식통은 "미국과 중국 모두를 압박하는 이슈 중 하나가 에너지 공급"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신화 통신은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시 주석은 세계 양대 경제가 국제 에너지 안보를 공동 수호하고 천연가스와 신에너지 협력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인 7억2천700만 배럴의 전략 비축유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에서 90일 간 소비할 수 있는 규모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전략 비축유는 40~50일 원유 수입 규모에 맞먹는 2억 배럴 수준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9월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이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이 되자 사상 처음으로 경매 방식을 통해 민간에 비축유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전략 비축유는 미국 정부의 전략 비축유와 달리 그간 민간에 공급된 일이 없었다.
겨울철 난방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인플레에 직면한 미국은 중국의 결정과 상관없이 내년 초부터 비축유를 점진적으로 방출할 계획을 곧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두고 휘발유 가격 하락을 위해 전략 비축유를 방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도 지난 7일 전략 비축유 활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의 왕융중(王永中) 연구원은 "현재 원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수준이라 중국은 당장 전략 비축유를 풀 필요가 없지만 미국은 높은 인플레이션 탓에 정말로 그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양국은 (원유의) 거대 소비자로서 원유 가격 억제에 대한 공동의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왕 연구원은 미·중이 비축유 방출에 협력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러시아에 원유 생산을 늘리도록 압박을 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 액화천연가스(LNG)를 더 구매해 청정 에너지 기술 분야에서 양국 간 미래 협력의 길을 닦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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