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론주의 힘 잃은 아르헨 의회에 극우·극좌 정당 부상
극우 경제학자 밀레이, 하원 입성…좌파 정당은 득표율 3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페론주의' 여당 연합이 40년 만에 상원 다수당 자리를 내준 이번 아르헨티나 중간선거에선 극우·극좌로 분류되는 소수 정당들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1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일간 클라린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치러진 상·하원 선거 결과 중도좌파 여당 연합 '모두의 전선' 상원 의석수는 41석에서 35석으로 줄어들게 됐다.
1940년대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에게서 시작돼 오랫동안 아르헨티나의 주류 정치 이념이던 페론주의 정당이 40년 만에 처음으로 상원 다수당 자리를 내준 것이다.
'모두의 전선'이 놓친 상원 의석 6석은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대통령이 이끌던 친(親)시장주의 연합 '변화를 위해 함께'가 그대로 가져갔다.
그러나 하원의 경우 양대 연합이 아닌 극우·극좌 정당의 선전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큰 주목을 받은 후보 중 한 명은 극우 경제학자 하비에르 밀레이(51)였다.
그는 현 정부와 직전 보수정권을 두루 비판하며 반(反)기득권 이미지를 구축했고, 주로 젊은 남성들의 지지를 받으며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선거구에서 당선돼 하원에 입성했다.
더벅머리가 특징인 밀레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기후변화가 허구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과도 비교됐다.
그가 이끄는 '자유전진'을 포함한 자유주의 정당 연합은 이번에 하원에서 5석을 확보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런가 하면 전국 득표율에선 '좌파·노동자 전선 연합'(FIT)이 6%로, '변화를 위해 함께'와 '모두의 전선'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FIT가 지금까지 선거에서 얻은 가장 좋은 결과로, 하원 의석은 2석에서 4석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남미 아르헨티나에선 포퓰리즘으로 대표되는 페론주의 정권과 친시장주의 정권 하에서 모두 경제 위기가 반복되며 국민에 실망감을 안겼다.
다시 들어선 페론주의 정권에서도 물가 상승률이 연 50%를 넘기는 등 경제난은 계속됐고, 이에 제3의 정당을 택한 유권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여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잃은 상황에서 의회에 극우·극좌 새 얼굴들이 들어오면서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좌우 양쪽 끝에 있는 정치인들의 부상은 이웃 칠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칠레에선 그동안 중도좌파와 중도우파 정권이 번갈아 집권해왔는데, 21일 치러질 대선에서 우파 후보와 좌파 후보가 1, 2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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