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변경 반대"·"불장난하면 타죽어"…미중 정상, '대만' 충돌

입력 2021-11-16 16:56
수정 2021-11-16 18:47
"현상변경 반대"·"불장난하면 타죽어"…미중 정상, '대만' 충돌

시진핑·바이든 첫 회담 '194분'…인권탄압 우려에 경제문제 정치화 반박

바이든 "충돌방지 가드레일 필요", 시 "제로섬 안돼"…북한 문제도 논의



(워싱턴·베이징=연합뉴스) 류지복 조준형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첫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정책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도 현상 변경 시도에 대해선 강력한 반대를 표명했고, 시 주석은 대만의 독립 시도 등 '레드라인'이라는 표현까지 거론하며 단호한 조치 가능성으로 맞불을 놓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중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압박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충돌을 피하려는 안전장치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시 주석도 공존과 상생을 내세우는 등 최악의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이날 회담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10개월 만의 첫 대좌로, 미국 동부시간 15일 오후, 중국 베이징 시간 16일 오전에 휴식을 빼고 총 194분간 화상으로 열렸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대만 해협에 걸쳐 현상을 변경하거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일방적 행동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 주석은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최대한의 성의와 최선을 다해 평화통일의 비전을 이루려 하겠지만 만약 대만 독립·분열 세력이 도발하고 심지어 레드라인을 돌파하면 우리는 부득불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대만 당국이 미국에 의지해 독립을 도모하고, 동시에 미국 일부 인사는 의도적으로 '대만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대만 해협 정세에 새로운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추세는 매우 위험하다"면서 "불장난을 하는 것이며,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 불에 타 죽는다"는 격한 표현까지 사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문제의 현상 변경, 즉 무력에 의한 통일을 반대한다고 했지만 시 주석은 대만 측 태도에 따라 무력 통일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두 정상은 대만 문제를 놓고 연장된 토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신장과 티베트, 홍콩에서 중국의 관행은 물론 더 광범위한 인권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또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과 경제 관행으로부터 미국 노동자와 산업을 보호할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제기해온 인권 탄압 및 강제노동 현안은 물론 글로벌 규칙에 근거하지 않은 무역 관행에 대해 시 주석에게 경고음을 울린 셈이다.

시 주석은 "중미 경제무역의 본질은 상호 공영"이라며 "기업가는 비즈니스 얘기만 한다는 말이 있듯이 양국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은 국가안보 개념의 남용과 확대, 중국 기업 때리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의 중요성을 논의했고, 이 지역의 번영에서 항행과 항공의 자유에 대해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백악관은 또 두 정상이 기후변화에서 미중 양국의 중요한 역할, 국제적 에너지 공급난을 해결하기 위한 조처 필요성을 논의했다고도 설명했다.

다만 시 주석은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개발도상국"이라며 "기후변화 대응과 민생 보장을 병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근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양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동선언을 깜짝 발표한 만큼 이날 회담에서 한 목소리가 기대된 이슈였지만 시 주석이 '민생 보장'을 언급하며 다소 이견을 보인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양대 초강대국인 미중 간 갈등 상황을 감안한 듯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의 전략적 위험을 관리할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경쟁이 충돌로 옮겨가지 않고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 위한 상식적 가드레일의 필요성에 주목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이와 관련, 신화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은 중국의 체제 전환을 추구하지 않으며, 동맹 관계 강화를 통해 중국을 반대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으며, 중국과 충돌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도 "중국과 미국은 바다를 항해하는 거선 2척"이라며 "풍랑 속에 같이 나아가기 위해 양국은 키를 꼭 잡고 항로 이탈이나 실속(속도 상실), 충돌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제로섬 게임을 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시기에 양국이 공존을 위한 세 가지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면서 상호존중, 평화공존, 협력 및 상생을 제시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북한,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 지역 공동 관심사도 논의했다.

미 당국자는 "두 정상이 서로를 존중하며 솔직하게 대화했다"며 "몇몇 지점에서는 정상의 견해차가 분명했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