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은 불편해도'…신학 토론하는 94세 고령의 베네딕토16세
라칭거상 수상 신학자 4명 접견…교황 "감사와 경의의 마음 전해"
(바티칸=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올해로 94세인 명예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고령임에도 여전히 정정한 지적 면모를 과시했다.
가톨릭 전문매체 '가톨릭 뉴스통신'(CNA)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바티칸시국 내 거주처인 '교회의 어머니 수도원'에서 2020∼2021년 '라칭거상'을 수상한 신학자 4명을 접견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이 자리에서 1시간 동안 각 수상자의 학문적 성과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고령으로 인해 거동은 불편하지만 명석한 사고를 통한 지적 소통 능력은 여전함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접견에는 베네딕토 16세의 개인 비서인 게오르그 겐스바인(65) 대주교도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딕토 16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작년에는 거의 외부인을 받지 않았으나 올해 들어선 드물게나마 외부 손님을 맞아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건강이 좋지 않다는 설도 있었으나 이날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수상자와 면담 일정을 소화했다.
독일 출신으로 본명이 요제프 라칭거인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4월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제265대 교황직에 올랐으나, 8년 만인 2013년 2월 건강 문제로 더는 베드로의 직무를 수행할 힘이 없다며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교황의 자진 사임은 가톨릭 역사상 600여 년 만의 일로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그는 사임 후 모국인 독일로 돌아가지 않고 교회의 어머니 수도원에서 거처를 마련해 생활해오고 있다.
라칭거상은 베네딕토 16세의 본명을 딴 요제프 라칭거 재단이 2011년 창설한 것으로 베네딕토 16세의 정신을 이어받아 신학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룬 인사에게 주어진다. 시상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한다.
매년 2명의 신학자를 선정해 상을 주는데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시상식이 취소되면서 올해는 4명이 한꺼번에 시상식 단상에 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같은 날 사도궁 클레멘스 홀에서 진행된 시상식에서 "베네딕토 16세의 이름으로 이 상을 수여하면서 나는 다시 한번 그에게 우리의 애정과 고마움, 경의의 마음을 전할 기회를 얻게 된다"며 "우리는 그가 교황 재위 기간의 마지막 순간까지 연구와 집필을 계속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특별한 찬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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