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노벨 평화상 수상 류샤오보 동상 철거

입력 2021-11-15 17:10
홍콩서 노벨 평화상 수상 류샤오보 동상 철거

반정부 시위 지지 '노란 상점' 앞에 전시…당국, 철거 명령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톈안먼 민주화시위 주역이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의 동상이 홍콩 번화가에서 철거됐다.

15일 홍콩매체 HK01와 홍콩프리프레스(HKFP) 등에 따르면 의류체인 치키덕(Chickeeduck)의 홍콩 코즈웨이베이 틴하우 매장 앞에 놓여있던 류샤오보의 동상이 전날 치워졌다.

앞서 홍콩 식품환경위생서와 민정사무총서, 지정총서(토지국) 등 3개 부처는 공동명의로 치키덕에 보낸 서한에서 매장 앞 동상과 목재계단이 임차하지 않은 땅을 불법 점유하고 있다며 15일까지 이를 치우라고 통지했다. 이어 지난 12일에는 경찰이 매장을 찾아 동상과 목재계단에 철거 명령서를 부착하고 갔다.

치키덕은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 민주진영 업체를 일컫는 '노란 상점'(yellow shop) 중 하나로, 지난해 12월 틴하우 지점을 열었다.

이후 홍콩 야당인 사회민주연선(社會民主連線)이 소유한 류샤오보 동상을 3개월 전 해당 매장 앞에 전시했다.

치키덕의 허버트 초우 최고경영자(CEO)와 사회민주연선 측은 전날 이 동상을 비영리 라디오방송국인 시티즌 라디오 건물로 옮겼다. 그러나 목재계단은 철거에 시간이 걸려 아직 그대로 있다.

초우 CEO는 목재계단은 전 임차인이 해당 매장을 사용하던 10년 전부터 있었던 것이라며 "정말 토지임차 위반 문제라면 당국이 10년이나 늦게 법을 집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고위층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HKFP에 밝혔다.



1989년 중국 학생 운동의 주역 중 한명인 류샤오보는 중국의 민주주의를 촉구하고 6·4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추모하는 글을 발표하며 여러차례 체포됐다.

2008년 12월 세계인권의 날에는 '08헌장'을 발표해 공산당 일당체제 종식 등 광범위한 민주개혁을 요구했으며, 이듬해 국가전복선동죄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류샤오보는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됐으나 당시 수감중이던 까닭에 노벨위원회 측은 텅 빈 의자에 메달을 걸어주는 이벤트를 했다.

그는 긴 옥살이 도중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으며 2017년 7월 13일 세상을 떠났다.

홍콩에서는 지난 30여년 톈안먼 민주화시위 촛불집회를 개최해온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가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를 받으면서 최근 자진해산했고, 이들이 운영해온 톈안먼 추모박물관도 당국의 단속 속에 문을 닫았다.

한편, 홍콩 당국이 치키덕 매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홍콩국가보안법 담당부서인 국가안전처 경찰이 치키덕의 췬완 지점 앞에 통제선을 설치하고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물건을 팔거나 전시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어떤 상품이 법을 위반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초우 CEO는 전했다.

초우 CEO는 류샤오보 동상을 다시 전시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물론이다"고 답하면서도 "그러나 현재 우리가 매장을 임차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동상을 어디에 전시할 수 있을지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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