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상원선거 출마…필리핀 부통령선거 부녀 격돌 없던일로(종합2보)

입력 2021-11-15 19:50
두테르테 상원선거 출마…필리핀 부통령선거 부녀 격돌 없던일로(종합2보)

최측근은 대선 후보로 내세워…인권단체 "마약과의 전쟁 책임회피 시도 꼼수"

'독재자 마르코스 아들-스트롱맨 두테르테 딸' 대통령·부통령 조합여부 관심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내년 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던 로드리고 두테르테(76) 필리핀 대통령이 막판 상원의원 출마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따라 이미 부통령 후보로 출마한 딸인 사라(43) 다바오시 시장과의 초유의 '부녀'(父女) 격돌은 이뤄지지 않게 됐다.

그러나 정계은퇴 선언을 번복하고 상원의원을 노리는 데 대해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한 각종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꼼수라는 논란이 나올 전망이다.

또 대선에서 독재자 2세와 스트롱맨 2세간 대통령-부통령 후보 조합이 성사될 경우 또 다른 논란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현지 일간 인콰이어러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대리인을 통해 후보 등록 최종 마감일인 이날 선관위에 내년 상원의원 선거 후보로 등록했다고 보도했다.

AFP 통신도 선관위 문서를 인용해 같은 내용을 전했다.

앞서 현지 DZRH 라디오는 최측근인 크리스토퍼 봉 고 상원의원을 인용, 두테르테 대통령이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직전 해리 로케 대통령궁 대변인은 언론과 만나 "여러분에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버지와 딸인 두테르테 대통령과 사라 시장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이라며 "그들은 서로 결코 충돌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자리를 놓고 서로 싸우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은 내년 5월 선거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을 별도로 선출한다. 또 상·하원 의원과 관료직 1만8천여명도 함께 선출된다.

헌법에 의해 연임이 금지된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임기 만료 후 정계은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지난 13일 공보 비서관이 두테르테 대통령이 부통령 선거 후보로 등록해 딸인 사라 시장과 대결할 것임을 확인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정계은퇴 방침을 번복하고 출마하는 것을 놓고 현지 인권단체 카라파탄은 AP통신에 "국제형사재판소(ICC) 등에서 제기되는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또 다른 시도"라며 "그의 딸과 협력자들이 내년 선거에 출마하는 것처럼 사악하고 기회주의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사라 시장은 여성인 글로리아 아로요 전 필리핀 대통령이 이끄는 라카스-CMD당으로 당적을 변경한 뒤 부통령 후보로 등록했다.

각종 대선 여론 조사에서 수위를 달리던 그는 지난 9일 돌연 시장직 재선 도전을 철회해 대권 도전설이 급부상했지만, 부통령직 도전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부통령 선거에서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부녀 격돌'이 무산되면서 관심은 대선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집권당인 PDP라반의 대통령 후보 등록자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측근인 크리스토퍼 고 상원의원이다.

그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대리인' 성격이 짙다.

특히 재임 기간 6천명 이상이 숨진 마약과의 전쟁으로 ICC의 조사를 받을 위험에 처한 두테르테 대통령이 측근을 차기 대통령으로 세워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속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도 유력 대선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최근까지 대선 여론조사에서 사라 시장에 이어 2위로 평가됐었다.

마르코스 상원의원은 선친인 필리핀의 독재자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특히 그는 사라 시장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다고 밝힌 상태여서 '마르코스-사라' 조합이 현실화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사라 시장은 아직 러닝메이트 제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 후보-사라 부통령 후보' 조합이 성사되면 필리핀을 철권 통치한 정치 가문의 연합이라는 점에서 '게임 체인저'(기존 흐름을 바꾸는 사건이나 인물)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분석가인 에드먼드 타야요는 로이터에 "두 가문 모두 인기가 매우 인기가 있다. 두 사람이 승리할 팀이라는 것을 점치긴 쉽다"고 말했다.

독재자 마르코스 가문 2세와, '스트롱맨' 두테르테 집안의 2세간 동맹은 필리핀 인권운동가들에게는 최악의 조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권단체 카라파탄은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단히 심각한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대선에는 이들 외에도 복싱 영웅인 매니 파키아오 상원의원, 배우 출신인 프란시스코 도마고소 마닐라 시장, 두테르테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 판필로 락손 상원의원이 후보로 나섰다.

sout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