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의제 '너무 뜨겁다'…전문가 "정상대화 큰 성과 기대말라"
양국, 기대치 낮추려 '정상회담' 아닌 '화상회의' 지칭
"위기관리 위해 '실무진 힘 싣겠다' 합의만 돼도 성공"
"민감 사안 피해 무역·북한·이란 등 협력안 논의될 듯"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중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화상으로 첫 정상회담에 나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톱다운 외교' 한차례로 복잡하게 꼬인 양국의 이해관계를 풀어내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미국 동부 시간으로 15일 오후 7시 45분(한국시간 16일 오전 9시 45분)부터 진행될 이번 회담은 대만 문제와 홍콩 인권 등의 '뜨거운 감자'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양국 간 갈등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 미중 "정상회담 아닌 회의"…회동 의미 애써 축소
실제, 양측은 이번 회담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는 '정상회담'이 아닌 "화상 회의"(virtual meeting)란 용어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을 지칭한다.
이는 두 정상의 만남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를 낮추려는 미국과 중국 정부의 의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양국 정부는 회담에서 어떤 주제가 논의될 것인지조차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미중 신냉전 기류를 촉발한 주요 쟁점 상당수가 현 단계에선 지나치게 예민한 까닭에 자칫 이견만 확인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결과로 보인다.
이런 정황에 비춰볼 때 이번 회담에선 대만 안보 문제와 홍콩, 신장웨이우얼(新疆維吾爾·신강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문제 등 '뜨거운 쟁점'들과 관련해선 의미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대신, 양측은 상대적으로 접점을 찾기 쉬운 사안을 중심으로 상호 공감대를 넓히면서 양국간 갈등이 극단적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윈스턴 로드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미중) 양측은 서로의 입장에 실질적 차이가 있고 경합할 수밖에 없지만, 전쟁으로 치닫지 않도록 평화적이고 정해진 범위 내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 정치·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우리는 가드레일 내에서의 실질적 경쟁과, 상황이 분쟁으로 치닫지 않도록 할 위험축소 장치 마련을 추구하고 있다"는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안보 보좌관의 지난 11일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다만, 대만 문제의 경우 회담 결과 브리핑에 포함되지는 않아도 회담에서 언급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국 BBC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대만 해협의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시 주석의 약속을 받아내고, 반대급부로 미국이 대만의 주권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취하지 않겠다고 확언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로버트 로스 보스턴대 정치학 교수는 이와 관련해 대만해협의 긴장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면서 "미 해군 함정의 대만해협 통과 횟수를 매달 한 차례에서 격월로 줄이고, 중국은 대만 영공 내 활동 빈도를 줄이는 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미중 정상, 통상과 북·이란 관련해 협력의향 도출 가능성"
전문가들은 미중 정상이 통상 갈등과 북한, 이란 문제 등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운 사안에서 결과물을 내놓으려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실제, BBC는 협상 과정에 밝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사이버안보, 무역, 핵무기 비확산이 협상 의제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미국 국내적으로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완화가 나올지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익명의 미국 외교관은 "이번 만남에서 (미중) 무역 관계의 특정 양상을 다루기 위한 '감미료'가 나올 소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부과한 고율 관세를 계속 부과해 왔고, 중국도 미국 제품에 대한 맞불 관세를 유지해 왔는데 이번 협상에서 대치 상황을 완화할 실마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대 세계화·법·사회 센터(GLAS)의 그레고리 셰퍼 소장은 "최근 유럽과 했던 것처럼 특정 분야의 관세를 완화하는 형태의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북한 탄도미사일 개발 억제와 이란의 핵 합의 복귀 등 지정학적 안보 문제를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겠다는 의향을 양국 정상이 표명하는 방식으로 친선의 제스처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두 사안이 진전되느냐는 중국이 동참해 외교·경제적 레버리지를 행사하느냐에 달렸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어떤 성과를 내놓는지와 별개로 양국 정상 간에 대화의 물꼬를 열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중 강경책으로 일관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초래됐던 대화 단절 상황을 극복하고 양국관계의 틀을 새로 짜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미중관계 전문가인 퍼트리샤 김은 "두 정상이 분쟁이나 신냉전을 원치 않으며 위기 관리와 비확산, 환경변화 등 긴급한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을 포함한 책임감 있는 경쟁의 기초를 놓을 수 있도록 실무진에게 힘을 실어주겠다고 함께 밝힌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했다고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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