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해군, 외국선박 나포 후 상습 금품수수 의혹

입력 2021-11-15 10:59
인도네시아 해군, 외국선박 나포 후 상습 금품수수 의혹

싱가포르 인근 해역서 줄줄이 나포…인니 해군은 부인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해군이 나포한 외국 국적 선박을 풀어주는 대가로 상습적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5일 글로벌 해운전문지 '로이드리스트 보고서'에 따르면 영해 침범 혐의로 인도네시아 해군에 나포된 12척 이상의 외국 선박이 석방을 위해 42억 루피아(3억5천만원) 정도를 지불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나포된 선박들은 주로 싱가포르 인근 인도네시아 영해에 허가 없이 정박했다가 붙잡혔다.

이들 선박의 선주와 선장 등은 인도네시아 해군을 대리한다는 중개업자에게 석방 대가를 현금으로 주거나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석 달간 30척 정도의 유조선, 벌크선 등 외국 선박이 인도네시아 해군에 나포됐고, 대부분 25만 달러∼30만 달러를(3억∼3억5천만원) 낸 뒤 석방됐다는 증언을 입수했다고 로이터 통신도 보도했다.

선주 두 명은 "인도네시아 법원에서 재판 결과를 기다리며 몇 달 동안 선박이 묶여 있을 때 발생할 손실보다 석방 리베이트가 저렴하기에 지불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해군은 이러한 폭로를 부인했다.

아르시아드 압둘라 인도네시아 해군 소장은 "해군이 석방을 대가로 돈을 받거나 요구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석 달 동안 인도네시아 영해에 허가 없이 정박하거나 항로를 이탈하는 등의 선박 나포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모두 인도네시아 법에 따른 조치라고 말했다.

현지 해군은 최근 석 달간 나포 선박 가운데 여러 척은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 없이 풀려났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사이 해역을 지나는 선박들의 불만은 가시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 항구가 붐비면서 많은 선박이 정박하기 전 며칠에서 몇 주를 먼바다에서 기다려야 한다.

이때 선박들이 공해(公海)라고 생각하고 닻을 내린 지점이 인도네시아 영해인 경우 인도네시아 해군이 나포하는 사례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했다고 한다.



앞서 우리 해수부도 한국 선박들이 싱가포르 인근 해상에 정박할 때 주의하라고 여러 차례 당부했다.

2019년 10월 한국인 선장·선원 9명을 태운 'DL릴리호'가 싱가포르 인근 인도네시아 영해에 닻을 내렸다가 나포돼 100일 만에 풀려났고, 다른 국적선 두 척도 비슷한 지점에 닻을 내렸다가 작년 1월 11일과 2월 8일 나포돼 비상이 걸렸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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