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포토] 베네수엘라서 1만2천명 오케스트라 기네스 도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군사학교 운동장에 13일(현지시간) 오후 1만2천 명의 사람들이 악기를 하나씩 들고 줄지어 앉았습니다.
검정 바지와 흰 셔츠를 맞춰 입은 연주자들은 차이콥스키의 '슬라브 행진곡'을 10여 분간 합주했습니다.
'세계 최대 오케스트라 연주' 기네스북 기록 경신에 도전하는 베네수엘라 '엘시스테마'(El sistema) 오케스트라입니다.
'엘시스테마'는 '시스템'을 뜻하는 스페인어로, 빈곤층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무상으로 음악을 가르쳐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베네수엘라 음악교육 시스템입니다.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빈곤과 폭력 등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하는 '기적의 오케스트라'로 국내에도 여러 차례 소개됐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베네수엘라 전역에는 엘시스테마를 통해 35만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180개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날 신기록 도전을 위해서 12살부터 77살까지 엘시스테마가 전국에서 모집한 1만2천 명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연주자들은 대형 스크린으로 지휘자를 보며 수없이 연습한 곡을 연주했습니다.
지휘자 안드레스 다비드 아스카니오는 합주 전 "악기 줄이 끊어져도 멈추지 마라. 악보를 놓치면 외워서 계속하라"고 당부했다고 AFP통신은 전했습니다.
무사히 곡이 끝나자 연주자들은 악기를 들고 환호했습니다.
이들이 깨야할 기록은 2019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8천97명이 함께 연주한 것입니다.
이날 연주가 기네스 규정에 맞게 이뤄졌는지 260명의 심사관이 '매의 눈'으로 지켜봤습니다.
엘시스테마가 러시아의 기록을 깨고 새로운 기네스 기록을 쓸지는 심사를 거쳐 앞으로 10일 내에 발표됩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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