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포토] '별'이 된 6·25 미군 전사자…생존 전우 "영원히 기억"
인천 상륙작전 참전용사, 한국전 기념비 건립에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돌아오지 못한 전우들 기린다"…두루마기 입고 '한국의 정'에 감격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6·25전쟁에서 희생된 미군 전사자들이 후손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별'로 되살아났습니다.
3만6천591명 전사자 이름을 모두 새긴 별 모양의 기념비 5개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플러턴 공원에 들어선 겁니다.
한국전 기념비 준공식에는 70여 년 전 낯선 한국 땅에 발을 내디뎠던 참전용사들도 함께했습니다.
이들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밝게 웃었지만, 한국전의 기억을 더듬는 순간에는 앞서간 전우들을 떠올리며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미 해병대 소속으로 1950년 8월 2일 한국전에 참전한 레이 헬렛 씨는 부산 교두보 전투, 장진호 전투, 인천상륙작전에 모두 투입된 '전쟁영웅'이었습니다.
헬렛 씨는 "저는 한국 사람을 돕기 위해 한국 땅에 발을 내디딘 첫 해병대원 중 한 명"이라며 "한국전 기념비는 돌아오지 못한 전우들을 기리는 일이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것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950년부터 3년 동안 해병대원으로 복무한 찰스 와일리 씨는 한국의 사계절을 우선 떠올렸습니다.
와일리 씨는 "한국은 따뜻했고 추웠고 습했다. 날씨가 똑같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전에서는 좋은 시간, 나쁜 시간도 있었지만, 불행하게도 너무 나쁜 일이 더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백발의 참전 용사들은 기념비 제막에 앞서 무대에 나란히 올랐습니다.
한국 한복협회에서 제공한 한복 두루마기를 증정받는 행사가 열린 겁니다.
고운 빛깔의 두루마기를 입은 참전용사들은 자신들을 잊지 않는 '한국의 정'에 감격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참전용사들을 대표해 연단에 선 헬렛 씨는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손가락으로 기념비를 가리켰습니다.
그는 "우리가 저기 기념비가 아니라 여기 무대에 있다는 것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고 참석자들은 그들의 노고를 기리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행사장에는 500여 명이 참석해 기념비 건립을 축하하고 미군 전사자들의 희생을 기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축하 메시지를 보냈고 한국계 영 김 연방하원의원, 아시아태평양코커스(CAPAC) 의장인 주디 추 연방하원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도 자리를 빛냈습니다.
한인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들고 참전용사들과 함께 기념비 앞에서 다정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한인 학생들은 행사를 마치고 떠나는 참전용사들에게 LA 총영사관이 마련한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한 학생은 "등이 구부정한 참전용사 할아버지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며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낸 이분들은 영웅"이라고 말했습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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