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강하다"…테러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佛 전 대통령

입력 2021-11-11 23:25
"민주주의는 강하다"…테러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佛 전 대통령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우리는 매일 위협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난민에 섞여 테러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어디서, 언제, 어떻게 우리를 덮칠지는 몰랐습니다."

2012∼2017년 프랑스를 이끌었던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오후 파리 특별법원에서 2015년 11월 13일 금요일 밤 파리 일대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던 당사자를 앞에 두고 이같이 말했다고 AFP, AP 통신 등이 전했다.

올랑드 전 대통령은 바타클랑 극장, 스타드드프랑스 경기장, 식당과 술집, 카페 등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폭탄을 터뜨려 그날 밤에만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혐의로 기소된 살라 압데슬람(32)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재판을 받고 있는 압데슬람을 제외한 다른 일당 9명은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경찰이 저격한 총에 맞아 숨졌다. 압데슬람은 조끼에 설치한 폭탄이 작동하지 않아 벨기에로 도망쳤다가 유일하게 생포됐다.

올랑드 전 대통령은 2014년 6월 유럽에 테러를 모의하는 IS 조직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고, 2015년 8월 그 조직의 지도자 이름을 처음 들었으나 끔찍한 비극을 사전에 막을만한 결정적인 정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대통령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힌 올랑드 전 대통령은 "몸과 마음에 그날 밤의 기억을 새긴 채 매일을 살아가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이 있기를 바라는 생존자들에게 빚을 졌다"며 "민주주의는 언제나 야만주의보다 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랑드 전 대통령은 압데슬람 일당이 가장 먼저 표적으로 삼았던 경기장에서 프랑스와 독일의 친선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3시간이나 이어질 테러의 서막을 알리는 첫 번째 폭탄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대학살이 벌어진 바타클랑 극장을 찾아간 올랑드 전 대통령은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이 서로를 부축한 채 비틀거리며 걸어 나오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영원히 잊히지 않을 장면"이라고 회상했다.

앞서 압데슬람은 올랑드 전 대통령이 IS를 겨냥해 시리아를 공습했기 때문에 테러가 일어난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올랑드 전 대통령은 테러범들은 공습과 관계없이 프랑스 안에서의 생활방식에 불만을 품고 테러를 저질렀다고 반박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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