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에티오피아 737맥스 추락사고 책임 인정

입력 2021-11-11 16:25
수정 2021-11-11 16:30
보잉, 에티오피아 737맥스 추락사고 책임 인정

"소프트웨어가 원인…운항 안전하지 않았다" 시인

유족에 배상 계획…"미 법원 통한 배상청구 길 열려"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이 자사가 만든 737맥스 여객기가 2019년 에티오피아에서 추락했을 때 숨진 탑승자 157명에 대한 법적 책임을 인정했다.

사고 원인이 항공사나 조종사의 과실이 아니라 제조사에 있다는 점을 받아들인 것으로 파장이 주목된다.

10일(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 영국 BBC방송 등이 미국 시카고의 일리노이주 북부지방법원에 제출된 문건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잉은 사고기가 통제력을 잃고 파괴된 원인은 소프트웨어에 있으며 사고가 난 737 맥스 여객기는 운항하기에 안전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을 시인했다.

에티오피아 항공 소속 보잉 737 맥스는 2019년 3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공항을 이륙한 지 6분 만에 추락해 승객, 승무원이 전원 사망했다.

유족 측은 보잉 대표 제품인 737맥스 내부 결함이 사고 원인이라며 보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실제로 앞선 조사에서도 기체의 자동 실속(失速) 방지 시스템(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 문제가 사고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잉이 책임을 시인하자 유족 측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이라 판단해 실제 손해로 산정된 금액보다 더 많은 배상을 부과하는 제도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피하게 된 보잉은 유족 측에 응당한 보상을 약속했다.

보잉 측은 성명을 통해 "사랑하는 이를 추락 사고로 잃은 모든 유족이 공정한 보상을 받도록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족 측 대리인은 성명을 통해 보잉에 맞서 재판을 추진해온 유족들에게 이번 시인이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양 측은 합의 중 구체적 배상 규모를 정하지는 않았다.

이번 합의에 따라 에티오피아, 케냐 등 미국 국적자가 아닌 유족도 자국 기관이 아니라 미국 법원을 통해 배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고 BBC는 평가했다.

사고 희생자는 35개국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추락 사고 5달 전인 2018년 10월에도 인도네시아 라이온 에어 소속 737맥스가 추락해 탑승객 189명이 모두 숨졌다.

이에 미 연방항공청(FAA)을 포함해 전 세계 항공 당국이 해당 기종에 대한 운항을 전면 중단했으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운항 재개가 이뤄지고 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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